* 책이름 : 열녀문의 비밀 (총 2권) - 백탑파 그 두 번째 이야기
* 출판사 : 황금가지
* 저자 : 김탁환
* 독서기간 : 2005년 10월 26~27일
* 초판 연월일 : 2005년 6월 15일
* 먼저 읽기 : 방각복 살인사건 - 백탑파 그 첫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역사추리소설이다. "김탁환은 흡협귀다"라는 서평을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라는저자의 지괴소설에서 쓴 바 있지만 이번 역사추리소설은 사뭇 다르다.저자 특유의 톤과 플롯은 많이변하지 않았으나 조선 시대르네상스 시대인 정조의 새 정부와백탑파 인재들의 이야기를풀어내는데 맛갈스러움이 더해간다.
백탑파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인 [열녀문의 비밀]을 나는 첫 번째 이야기를 읽지 않고 손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역사와 담을 쌓고 사는 역사치인 나로서는 김탁환이라는 저자가 주는 매력보다 역사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이 훨씬 큰 까닭이다. 문체며 단어들이고등학교 시절 고전(국어II)을읽는 것과 같은 추억도 있고 시대적인 배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가 되는 부분도 많으나 역사적인 사실과 소설의 허구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역사치인 내게는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결국 조선시대 르네상스니 백탑파와 실학파 등의 역사적배경을 그와 다른 역사적인 배경으로 치환하고 내가 선택하는 글읽기를 할 수 밖에 없다."작품이 저자의 손을 떠난 이상 더 이상 작품은 저자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학이론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다른 역사적인 배경으로 치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백탑파는 개혁세력으로 열녀문을 둘러싼 비밀의 온상은 보수세력으로 바꾸어 해석해도 글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조를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꾼다한들 글의 테두리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이제 다시 독서를 재개하고 소설의 깊은 맛을 느껴본다.
[열녀문의 비밀]의 반전은 기대 이상이다. 역사소설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면 추리소설의 새로운 굴레가 글을 주도한다. 역사소설은 역사적인 배경의 한계때문에 소설 그 자체를 제대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있지만 추리소설의 새로운 테두리 내에서 [열녀문의 비밀]과 저자 김탁환을 묶어내면, "음~!"
이 작품의 반전은 최근 유행하는 댄 브라운의 반전 이상이다. 지나친 반전때문에 반전의 초입에서는 긴장감을 극도로 자극하나 반전에 해석에서는 너무 지나친 반전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최소한 소설로서의 재미는 댄 브라운 작품과 비교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소설의 말미에 역사적인 배경과 소설 속의 소설을 해석하기 위한 수 많은 참고서적과 논문의 제목이 제공된다. 최소한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마무리하는 통속소설이 아닌 10년 이상을 지속하겠다는 저자 김탁환의 노력과 의지가 엿보인다. 이 작품은 지난 백탑파 첫 번째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이고 그 간격이 넓지 않았으나 세 번째 이야기는 2007년 여름쯤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소설묶음에 대한 저자의 의중을 읽을 수 있겠다.
역사추리소설에서 역사를 제외하면 너무 가볍지 않느냐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하나의 변명을 더할 수 밖에 없다. 나는역사치이기는 하지만 고전치는 아니다.역사를 벗어 던진다고 해서 이 작품에 두두러지는고전의 아름다움과 조선시대 삶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벗어던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기억과 자료를 가로지르며 삶을 탐험하는 소설가 김탁환(金琸桓)은 1968년 10월 27일, 군항제로 유명한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났다. 창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7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였고, 1989년에는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 「길안에서의 겹쳐보기-장정일론」으로 당선되었다.
학부 시절 '문학예술연구회(약칭 문예연)'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1991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고전소설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와 소설을 습작하였고, 1992년부터 1993년까지 노동문학회 '건설'에서 활동했다. 1993년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였고첫 장편(미발표)을 탈고했다.
1994년에는 민수경씨와 결혼했고, 같은 해 '상상' 여름호에 「동아시아 소설의 힘」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겨울부터 '상상' 편집위원으로 참여하여 1996년 여름까지 문학평론 일곱 편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것과 동시에 해군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발탁되어 사회인문학처 국어교수를 지냈고, 그 후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가학과 조교수, 건양대학교 문학영상정보학부 전임강사를 지냈으며,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압록강>, <독도평전> 등 치밀한 사상사적 연구가 바탕이 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 밖에 소설집 <진해 벚꽃>, 문학비평집 <소설 중독> <진정성 너머의 세계> <한국 소설 창작 방법 연구> <김탁환의 독서열전> <김탁환의 쉐이크> 등을 출간했다. <불멸의 이순신>은 KBS에서 대하드라마로 제작방영 되어 인기를 모았다.
<방각본 살인 사건>의 뒤를 이어 출간된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18세기 조선의 명탐정 김진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열녀문을 둘러싼 음모를 밝힌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용 학문이 퍼져 나가던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씌어졌으며,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
정조의 새 정부에 검서관으로 등용된 서얼 출신 백탑파 인재들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이수. 5년이 지났지만 조정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흉중에 품은 꿈을 펴 볼 길이 없다. 그러던 중 드디어 이덕무에게 적성 현감 임명이 내려지고, 나라를 새롭고 부강하게 할 북학 실천의 열망에 검서관들은 마음이 들뜬다.
거짓 열녀 적발을 위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죽음으로 묻혀 버린 여자 천재 김아영의 존재가 드러난다. 그러나 놀라운 개혁을 몸소 실천한 그녀의 행적 너머로 진한 의혹의 피냄새가 감돈다.
한편 작중 김아영과 기생 계목향이 공동 창작하는 메타픽션 <별투색전>에는 <사씨남정기>, <소현성록> 등 고금 소설 속 여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사회의 규범에 철저히 따르고 자신을 죽이는 여성들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의 대결이 펼쳐진다. 소설 속 소설이 실재하는 소설의 꼬리를 물고 얽혀 있는 구조의 흥미로움, 역사 추리를 통한 지적 유희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