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82년생 김지영
* 출판사 : 민음사
* 저자 : 조남주
* 독서기간 : 2018년 5월 23일
* 초판 연월일 : 2016년 10월 14일
* 독서후기
김지영은 내게 가까운 지인의 이름이다.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이름이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던 주인공의 이름으로는 너무 고급스럽고 요즘 한창 뜨는 신세대의 이름으로는 너무 흔해보인다. 주인공 김지영의 이야기가 와닿는 이유는 그녀가 우리 주변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의 모습이고 가까운 지인의 모습이다. 저자는 그렇게 30대 김지영을 그려냈다.
김지영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소설은 출발한다. 주인공의 어머니의 삶에서 희생당한 여성의 선택권이 주인공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바뀐 세대와 달라진 환경에서 같은 희생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모습이 안타깝다. 김지영 어머니의 희생당한 선택과 편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대학시절, 직장생활, 그리고 엄마의 삶에 이르기까지 상황 별로 해부되어 드러난다. 지나친 페니미즘을 역설하는 소설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모든 상황의 해부에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우리 주변에서 들었고 경험했던 너무나도 흔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습이라서 그렇다.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이 당황과 좌절의 연속이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 아니다.
소설을 쓸 당시의 작가 조남주는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둔 전업주부였다고 한다. 온라인상에서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을 놓고 엄마들을 비하하는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 작품을 구상했다. 지금 한국 여성의 삶이 김지영 어머니의 삶보다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진보의 결과는 아쉬운 수준이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p.132)
82년생, 즉 30대 여성들의 인생 보고서인 이 작품은 다양한 통계조사 결과도 글 중간 중간 설명하였다. 소설이자 르포. 그렇다고 문제만 드러내고 도망가지는 않는다.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해서 모든 남성을 적으로 돌리지도 않는다. 여성 문제는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점도 잊지 않는다. 동등한 선택권을 가진 동지라는 것을 강조한다.
“근데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더 많아요.” (p.69)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좋은 직장 맞네. 그럼 누구한테나 좋은 직장이지 왜 여자한테 좋아? 애는 여자 혼자 낳아? 엄마 아들한테도 그렇게 말할거야?” (p.71)
책의 서두에서 주인공 김지영은 빙의된 모습으로 속시원하게 해방된 여성의 삶을 터트린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서 이 모든 여성의 넋두리는 다시 김지영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 의해 가두어진다. 해법과 아쉬움이 동시에 주인공 김지영을 꽁꽁 감싸고 있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주장을 요약하면 아래의 문장이 아닐까 싶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