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파리의 아파트
* 출판사 : 밝은세상
* 저자 : 기욤 뮈소
* 독서기간 : 2018년 5월 26~27일
* 초판 연월일 : 2017년 11월 28일
* 독서후기
어마어마한 고통이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쳐 너를 한 가닥 남아 있지 않은 어둠의 골짜기에 내동댕이쳐버렸지. 이미 아물었다고 믿었던 상처에서 다시 피가 철철 흘러넘치기 시작했어. (중략) 가슴이 육중한 바이스로 죄어오는 듯 묵직했고, 머릿속이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선 듯 어질어질했어. 눈앞에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었지. (중략) 사실 넌 제법 오래전부터 버티기 힘들 만큼 고독을 겪고 있었지. 고해의 깊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고독이 문득 께어나 너를 공포의 심연으로 던져버릴 줄 미처 몰랐던 거야. (p.13)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만나게 되는 글이다. 지난 주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의 내 심정을 기욤 뮈소가 글로 적어내었다. 어쩌면 이렇게 내 고통을 저자가 겪어낸 것처럼 써 내려갔을까?
기욤 뮈소의 작품 중 한국에서 출간된 14번째 작품이며 가장 최근작이다. 그의 작품이 헐리우드의 영화문법을 따라가는 것처럼 박진감넘치며 책의 서두부터 갈등을 위치시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그 덕에 프랑스 문학의 섬세함을 포기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글은 달라져있다. 위에 언급한 한 구절은 헐리우드스럽지도 않고 디지털세대의 감성을 담아내지도 않는다. 모범적인 프랑스 문학의 문체 그대로이다.
그의 초기 작품인 <구해줘> 에서 보여준 저자 본연의 문체를 다시 만났다. 이제는 빠른 속도로 읽혀지는 의도된 구성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전직 여형사와 극작가이다.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죽기 전에 남긴 그림 석 점을 찾는 플롯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책을 절반 넘기기도 전에 해결되고 다시 납치된 천재 화가의 아들 줄리안을 찾아나서는 스토리로 발전한다. 다른 작품처럼 시간여행이나 판타지를 활용하여 글을 풀어내기 보다 댄 브라운 소설처럼 차근차근 정답을 찾아 나서는 여행으로 발전시킨다. 반전에 반전을 가져오지만 줄거리의 대부분을 뒤틀어버릴 반전은 아니다. 스릴러보다 추리소설에 가깝다.
“아빠야? 아빠가 온 거야?” (p.394)
이 책의 결론이다. 언제나처럼 사랑이 주제이지만 이번 작품은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소재가 되었다. 글의 소재와 톤이 달라졌지만 재미는 여전하다. 기욤 뮈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읽어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