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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사랑과 다른 악마들

시칠리아노 2013. 2. 13. 10:24

* 제목 : 사랑과 다른 악마들 (Del Amor y Otros Demonios)
* 출판사 : 민음사
* 저자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독서기간 : 2013년 2월 12~14일
* 초판 연월일 : 2008년 7월 4일

* 감상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의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1994년 작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후 악마에 씌었다는 오해를 받고 수녀원에 갇힌 소녀와 엑소시즘을 행하라는 명을 받은 신부의 순수하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이 소재이다.

이 작품에서는 리얼리즘이 극대화되어 있다. 18세기 무렵의 스페인 식민 지배를 받던 콜롬비아의 시대적 배경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당시의 흑인 노예들이 원주민과 함께 스페인 지배계급의 통치아래 노동하고 즐기며 삶을 이어나가는 시대상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다른 한편 여전히 종교재판이 진행되는 가톨릭 세력의 지배계급에 대한 현실도 리얼리즘이 극대화되는데 커다란 장치로서 작용한다.

역사적 배경과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간의 갈들을 그리는 작품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글의 매력을 반도 해석하지 못한 셈이다. 세속적인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신부와 이제 12세가 넘어 가는 어린 소녀와의 사랑을 표현하는 저자의 글 솜씨 역시 압권이다.

"내 목숨이 다하리. 나를 망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이에게 온전히 나 자신을 바쳤으니." (중략)

"루시퍼는 사악한 놈이야." 숨이 돌아왔을 때 델라우라가 빈정거렸다.
"나까지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렸어."

이러한 광적인 사랑을 저자는 지독스러우리만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사랑의 광기가 펼쳐질 무렵에는 책의 후반부 수 페이지 남지 않은 상황이라 매 페이지를 넘기기에 숨이 가빠 두려울 지경이다.

그는 소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에르바 마리아는 어린애다운 잔인함으로 자신을 위해 바퀴벌레를 먹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소녀가 저지하기 전에 바퀴벌레를 잡아 산 채로 먹었다.

처절한 리얼리즘과 함께 저자의 글이 주목받는 다른 이유는 마술적 표현력이다. 엑소시즘 의식에 처해지는 사건을 이해해야 함을 물론이고 이 작품의 마지막 순간도 마술적 상황으로 글의 마지막 문장을 마무리한다.

여섯 번째 엑소시즘 의식 준비를 위해 들어온 간수 수녀는 눈동자가 찬란하게 빛나고 새로 살갖이 돋아난 상태로 침대에서 사랑의 열병을 앓다 죽어 간 소녀를 발견했다. 간수 수녀는 소녀의 빡빡 깎은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물거품처럼 부글부글 돋아나 자라는 것을 목격했다.

글믜 마지막 문장 외에도 녹색 침, 빗물, 아프리카의 노래 등 수 없이 많은 소품들이 상징을 담아내었거나 마술적 상황으로 이끌어간다. 숨겨진 마술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글의 흐름을 쉽게 따라가지 어려운 복병이 도처에 숨겨져 있다. 

세계의 많은 문인들이 저자를 향해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헌사를 하는 것은 이 작품 외에도 저자의 많은 작품들이 비슷한 조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마술적 리얼리즘과 함께 저자는 애매성(Ambiguity)과 이중성을 극렬하게 주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소녀는 악마가 씌인 저주받은 운명으로 신부와의 금지된 사랑을 저지른 패륜아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 글을 작성하게 된 배경으로 소개한 글에서 그 소녀는 "많은 기적을 행하여 카리브 해 일대에서 숭배를 받았다"라고 말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사랑"과 "다른 악마들"로 대비되는 이중성이다. 소녀와 신부는 "사랑"의 편에서 금지된 사랑을 노래한다. 심지어 신부는 다음처럼 자신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드러낸다.

"성령은 신앙보다 사랑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늘 믿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악마들"은 교조적인 18세기의 가톨릭, 타자의 종교나 풍습, 언어 등을 용인하지 않는 식민 지배자, 수녀원, 어린 딸을 교회에 맡긴 아버지 등이다.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 세력을 저자는 "다른 악마들"의 축에 놓았다. 

금지된 사랑을 하는 신부를 "사랑"의 축에 놓았고 사랑이 삶의 모토인 교회를 "다른 악마들"의 축에 놓아 대비해 놓는 애매성과 이중성이 이 작품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글의 이중성과 애매성은 마술적 리얼리즘과 함께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편으로 가슴아프게 만드는 소금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엑소시즘을 행하고 소녀는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린 다른 신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것은 마술적 상황과 애매모호한 이중성이 결합된 결과이다. 소녀와의 금지된 사랑을 펼쳐내는 격정 속에서도 애매성과 이중성은 여전히 표출된다.

그렇게 탈진 상태에 이르렀지만 둘 다 여전히 순결을 지켰다. 왜냐하면 델라우라는 종부 성사를 받을 때까지 수도서원을 지키리라 결정했고, 소녀도 그 결정에 동의했던 것이다. 

중남미 작가 특유의 맛과 18세기 콜롬비아의 시대적 배경. 마술적 리얼리즘과 애매성과 이중성.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여받은 것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그 만의 텍스트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저자소개

콜롬비아 작가. 그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전세계에 소개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으며,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문학 평론가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일컬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르호 카르펜티에르, 카를로스 푸엔테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훌리오 코르타사르와 함께 20세기 남미의 위대한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환상적 사실주의 경향을 주도해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콜롬비아 마그달레나 주의 작은 도시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가 바란키야로 이주하게 되자, 어린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조부모에 맡겨졌다. 그의 문학 세계 형성에서 어린 시절 조부모에게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바란키야로 옮겨 부모와 함께 살다가 바란키야의 기숙 초등학교를 다녔고, 12세에 시파키라의 명문 중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여 18세까지 공부하였다. 그 후 수도 보고타의 콜롬비아 국립대학교에서 법률과 언론학을 공부했다. (--- 위키디피아)

1948년 저널리스트로서 출발해 시나리오 작가, 저널리스트, 출판업자로 지내다가 1940년대말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 <낙엽 La hojarasca>에는 그가 즐겨 쓰는 문체의 특징인 리얼리즘과 환상적 구상의 결합이 나타나 있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와 단편집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Los funerals de la Mama Grande>은 'No One Writes to the Colonel and Other Stories'로 영역되었다. 이 즈음 <암흑의 시대 La mala hora>도 발표했다.

가장 유명한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콘도의 역사와 이 마을을 세운 부엔디아 가족을그리고 있는데, 이는 콜롬비아의 실제 역사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인류가 체험하는 신화와 전설을 표현한 것이다. 생애의 대부분을 멕시코와 유럽에서 보냈고 현재는 주로 멕시코시티에서 지내고 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결백한 에렌디라 외>, 연작 소설 <푸른 개의 눈>, <족장의 가을>,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등이 있다.

* 책소개

1982년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1994년작이다.

18세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후 악마에 씌었다는 오해를 받고 수녀원에 감금된 열두 살 소녀와 그녀에게 엑소시즘을 행하라는 명을 받은 서른여섯 살 신부의 금지된 사랑을 종교적 억압과 시대적 광기 속에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