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열하광인 (총 2권)
* 출판사 : 민음사
* 저자 : 김탁환
* 독서기간 : 2013년 1월 20~23일
* 초판 연월일 : 2007년 9월 28일
* 먼저 읽기 : 방각복 살인사건 (백탑파, 그 첫 번째 이야기) / 열녀문의 비밀 (백탑파,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연작은 18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까지 백탑파의 이야기를 이끌어냈고 이제 백탑파 세 번째 이야기를 읽어간다. 역사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작품을 읽어갔음에도 백탑파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번에 읽은 백탑파 세 번째 이야기인 열하광인은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텍스트만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두 작품 대비하여 책 읽기가 쉽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정조가 문체 반정을 일으킨 1792년에 초점을 두어 전개된다. 문체 반정이란 정조가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고문을 모법으로 삼도록 명한 일을 가리킨다. 그 대표적인 저술로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지목하고 대표적인 금서로 낙인을 찍는다. 열하일기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이라 문장 하나 하나가 익숙하고 새롭다. 열하일기의 일부라도 책에서 읽지 않았더라면 이 작품의 진가를 이해하는데 훨씬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의 관점을 벗어 던지더라도 역시 글이 수월하지 않다. 가득한 한자때문은 아니다. 이 작품의 상권에서는 가득한 고어가 빠른 독서를 방해한다. 매 페이지마다 해설을 찾아 읽어야 문맥을 이해할 수 있을 지경이다. 복잡한 사건의 전개와 함께 글을 방행하는 어려운 단어는 마치 어지러운 정세와 정조의 변심을 표현하는 듯 하다. 작가의 현란하고 화려한 글솜씨가 만연한 작품이다. 하권에 이르러 이와 같은 난점은 해결이 된다. 하나씩 사건이 해결되고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는 역사 추리소설로서의 가치를 회복한다. 하권을 읽으면서 독서의 재미가 물씬 풍겨나고 어려웠던 상권의 각인되었던 난제가 매듭을 풀어 나가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게 된다.
[열하광인]은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 재인식되어야 할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혁신의 어려움과 혁신의 불협화음, 이중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혁신의 정조가 혁신의 반대편을 택하면서 강력한 왕권정치를 도모하는 계기가 된 문체반정.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 혁신의 이중성을 고민해 봄이 필요하다. 혁신의 모호성과 이중성이라는 관점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이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기억과 자료를 가로지르며 삶을 탐험하는 소설가 김탁환(金琸桓)은 1968년 10월 27일, 군항제로 유명한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났다. 창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7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였고, 1989년에는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 「길안에서의 겹쳐보기-장정일론」으로 당선되었다.
학부 시절 '문학예술연구회(약칭 문예연)'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1991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고전소설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와 소설을 습작하였고, 1992년부터 1993년까지 노동문학회 '건설'에서 활동했다. 1993년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였고첫 장편(미발표)을 탈고했다.
1994년에는 민수경씨와 결혼했고, 같은 해 '상상' 여름호에 「동아시아 소설의 힘」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겨울부터 '상상' 편집위원으로 참여하여 1996년 여름까지 문학평론 일곱 편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것과 동시에 해군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발탁되어 사회인문학처 국어교수를 지냈고, 그 후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가학과 조교수, 건양대학교 문학영상정보학부 전임강사를 지냈으며,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압록강>, <독도평전> 등 치밀한 사상사적 연구가 바탕이 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 밖에 소설집 <진해 벚꽃>, 문학비평집 <소설 중독> <진정성 너머의 세계> <한국 소설 창작 방법 연구> <김탁환의 독서열전> <김탁환의 쉐이크> 등을 출간했다. <불멸의 이순신>은 KBS에서 대하드라마로 제작방영 되어 인기를 모았다.
이야기에 매혹된 영혼. 고대부터 미래, 신화부터 소설 영화 게임까지 온갖 이야기를 즐기는 이야기 중독자. 이야기가 또 하나의 여행이라고 믿는 이야기 여행자. 새로 이야기꾼이 되려는 이들을 돕고 싶은 애틋함을 지닌 이야기 안내자. 자신을 닮은 영혼을, 흔들리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따듯한 이야기꾼. 2011년 현재 이야기창작 공동체 ‘원탁’과 ‘쉐이크연구소’(www.THELABshake.com)를 이끌고 있다.
1792년의 문체 반정을 배경으로, 당시 최대 베스트셀러였으나 정조에 의해 금서로 묶인 <열하일기>를 둘러싼 연쇄 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형식에 담은 '백탑파 연작' 가운데 한 작품이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문체 반정'이란 정조가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전통적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도록 명한 일을 가리킨다. 중국의 신문물을 참신한 문체로 묘사, 젊은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조선의 문풍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금서로 낙인 찍힌다. 이 일로 모처럼 싹트려던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의 싹은 짓밟혔고, 정조는 점차 개혁 군주의 면모를 버리고 절대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792년 10월 19일, 백탑파 서생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다. 문체가 단정하지 못함을 이유로, 정조가 백탑파의 우두머리인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등을 탄압하기 시작한 것. 특히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는 중국의 신문물 관련 내용이 젊은이들을 현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요주의 금서로 낙인찍힌다. 백탑파 서생들은 모조리 숙청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자송문(自訟文 : 반성문)만 쓰면 별 일 없을 거라는 희망 속에서 갈팡질팡한다.
한편 이명방은 <열하일기>를 몰래 숨어 읽는 사람들의 모임인 '열화광'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열하광'은 이덕무와 이덕무가 친딸처럼 아끼는 여인 명은주, 역관 조명수, 걸승 덕천, 서쾌 홍인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열화광'의 마지막 모임이 있던 어느 날, 의문의 무사 집단이 난입하여 조명수를 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