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모파상 환상 단편집
* 출판사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저자 : 기 드 모파상
* 독서기간 : 2018년 7월 29일
* 초판 연월일 : 2015년 9월 25일
* 독서후기
자연주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혹은 대표적인 그의 장편 소설인 <여자의 일생>으로 더 많이 알려진 모파상의 환상 단편 가운데 대표작 8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작품이 번역된 다른 출판사의 저서 제목에 ‘괴기’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 어떤 경향의 작품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환상 단편’과 ‘괴기 모음’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환상 단편’의 특징은 가장 일상적인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늘 주변에 있고 익숙하여 공포를 자아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스산함이 환상문학의 특징이다. 순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 책은 중간 어디쯤부터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몸에 소름이 돋고 뒤에 누가 서 있을 것 같은 몇 편의 단편을 완독하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권한다. 출판사는 모파상의 환상 단편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각을 맞추어 편집하였다. 처음부터 작품을 읽는 경우 저자의 의도와 주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독서의 재미가 반감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착각하고 있고, 탐구되지 않은, 모르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거지요.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다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은 거짓이고, 모든 것은 가능하고, 모든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p.7)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여 독자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비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저자는 우리의 이성은 우리가 원칙이라고 정한 범주 내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주장을 강조한다.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십만분의 일이라도 볼 수 있습니까? 보세요, 여기 바람이 있습니다. 자연 중에 가장 큰 힘을 가졌고, (중략) 윙윙 소리 내는 바람, 그 바람을 보셨습니까? 보실 수 있습니까? 그렇지만 바람은 존재합니다.” (p.45)
저자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작품 중에 신부님을 혹은 최면술사를 또는 정신과 의사를 동반하여 그들의 입으로 그의 주장을 반복하게 의도한다. (위에 인용된 글은 작품 중 한 신부님이 주인공에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작은 일에 부딪치자마자, 우리의 정신은 얼마나 약해지고 겁에 질리고, 금방 길을 잃고 방황하는가! (p.50)
저자는 <어느 미치광이의 편지>에서 <오를라(1886년, 첫 판본)>에서 다시 <오를라(1887년 판본)>에서 그의 주장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인 <그 남자?>까지 그의 주장은 일관성을 유지한다. 1891년 시력이 많이 약화되고 환영을 보기 시작한 저자의 몸상태 덕분인지 환영의 정체를 일찍이 간파한 저자의 주장인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저자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다른 차원을 차가운 공포와 따스한 문학성을 담아 우리에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