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 출판사 : 문학동네
* 저자 : 다니엘 튜더
* 독서기간 : 2015년 6월 67일
* 초판 연월일 : 2015년 6월 8일
* 감상
중앙일보를 구독 중이다. 매 주 즐겨보던 칼럼이 하나 있는데 정치적 시각이 균형적이면서도 정감이 있고 게다가 구체적인 자료를 들이민다. 글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바로 그거야!”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자주 있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데 주장만 있는게 아니라 팩트도 가득하다. 글의 말미에는 살짝 대안을 일러 주는 친절함도 있다.
그 칼럼의 주인공이 다니엘 튜더이다. 가난한 영국인으로 태어나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으로 2013년까지 일했다. 그가 중앙일보의 칼럼 연재를 그만둔다는 인사글에 무척 상심했는데 반갑게도 그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마치 빠뜨린 연재 만화를 몰아서 찾아 읽는 재미만큼 기대된다.
이번 그의 작품은 한국인에게 작정하고 들려 줄 요량으로 기획되고 집필되었다. 정치적 글이 그렇듯 지나치게 과격하여 정이 뚝 떨어지게 작성하지도 않았고 다 아는 주장만 거듭하는 그런 글도 아니다. 영국 출신의 경제지 기자답게 글이 논리적이고 팩트가 언제나 주장의 전후에 놓여있다.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의 글은 좌파의 성격이 강하지는 않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동일한 무게로 아쉬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적절한 자료와 함께 제시되니 썩 그렇게 가볍지 않다.
책의 서두에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그 만의 시각을 제시한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갖게 되어 있다. 우리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회를 생각하고, 정치인의 빈말이나 현실성 없는 공약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논하고 우리의 시민의식을 꼬집는데 그는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이 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시각으로 살펴본 것이니 그는 냉정한 기자의 입장에서 조목조목 증거를 제시한다. 우리가 뻔히 알면서도 부끄러워 이야기하지 못하는 내용을 잘도 풀어낸다.
정당정치 편에서는 여야 모두의 허점을 아프게 꼬집는다. 여당은 여당의 입장에서 저자를 욕할 것이고 야당은 더욱 거세게 저자를 욕할 내용이 책에 한 가득이다. 합리적 서양 좌파라고 말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중도좌파도 중도우파도 가능한 논리로 글을 작성하였다. 영국인이라서 그렇다. 객관적인 기자라서 그렇다. 그러니 이 책을 한국인을 위해 작성한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문제인도 등장하고 박근혜도 등장하고 안철수와 박지원도 등장한다. 그 모두의 장단점을 알고 있고 세부적인 사례까지 붙였다. 최근 출간된 책이라 세월호 사건의 초기 모습까지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젊은이들에게 있지 않다. 합리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의제를 내세운다면 누구라도 수긍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의제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 새정치연합은 과거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정의되는 정당이다. 물론 새누리당도 박정희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아직까지 숫자에 집착하며 20세기 후반의 개발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을 보수당으로 보는 것은 오류다. 다른 나라의 보수당과 비교했을 때 새누리당의 사고방식이나 전통에 대한 태도 등에서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상 GDP 성장 외에는 아무런 기본 철학이 없는 정당이다. (…)
요약하면, 새누리당은 철학이 없고 새정치연합은 과거에 붙잡혀 있으니 지금 이대로의 판이 굳어진다면 새정치연합이 집권할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인정하기 싫어 아무리 뜯어 살펴도 그의 주장이 많이 틀려 보이지는 않는다.
책의 말미에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저 그런 뻔한 주장인 “잘 해 보자”가 아닌 구체적인 대안과 구체적인 해법을 여러 갈래 제시한다. 낯선 내용도 있고 강하게 긍정 혹은 부정하는 내용도 있다. 상관없다. 그의 글에서 우리는 해법을 찾고자 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진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도 이도 저도 눈치볼 필요없는 위치에 있는 자유스러운 중도의 시각이라면 더욱 환영이다.
한국인을 위해 작정하고 썼다는 그의 이번 작품. 정치평론도 이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 아니 솔직히 재미도 있지만 그만큼 뜨끔거리기도 하다.
* 저자소개
198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스스로는 대체로 단조롭고 평탄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범생이’와 ‘사차원’ 중간 어디쯤에 속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경제학·철학을 공부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찾았다가 사랑에 빠져, 2004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한국에 머물며 영어를 가르치다가 미국계 증권회사와 한국의 증권회사에서 일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영국으로 돌아가 맨체스터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금융업에 종사할 뜻을 잃게 됐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다.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북한 문제와 2012년 대통령 선거, 그 외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다루는 기사를 썼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를 쓴 기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그는 약간의 ‘악명’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규모 자가 양조 맥주 창업에 자신감을 얻어 2013년 친구들과 함께 맥주집 ‘더부쓰(The Booth)’를 차렸다.
하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음악과 글쓰기다. 10대 때 장래희망이었던 ‘록스타 되기’는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지만, 첫번째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출간 이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왔다. 2015년 친구들과 독립 매체 바이라인(www.byline.com)을 공동 설립해 새로운 언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 책소개
모두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왜 한국 정치는 아직도 답습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말에 그는 반대한다. 좌우와 빈부를 떠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한국 정치 장의 풍경이 어떠해야하는지 제언하는 다니엘 튜더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책에서 다니엘 튜더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책은 한국인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영미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려고 출간한 책을 번역한 책이라면,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집필, 출간까지 오로지 한국 독자를 위해 썼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의 사고방식 문제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