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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소유의 종말

시칠리아노 2009. 3. 9. 16:05

* 책이름 : 소유의 종말
* 출판사 : 민음사
* 저자 : 제러미 리프킨
* 독서기간 : 2009년 2월 25 ~ 29일
* 초판 연월일 : 2001년 5월 25일

* 감상 

"접속"이 "소유"를 대신한다는 소위 Web의 사상과 IT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독자들에게는 특별한 메시지가 없다. 당연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상이 반영된 철학책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2001년 발간된 대 석학의 저서를 읽지 않고 넘겼던 배경에는 분명한 주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자만심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2009년에 들어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소위 Servitization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공부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필요했고 서비스와 경험이 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찾은데 기인한다. 즉 모든 상품이 서비스화 된다는 이론은 이해하지만 서비스화 되는 배경에 소비자 경험이라는 단어가 왜 접목되는 지 그 근간이 알고 싶어졌다.

결국 가장 기본적으로 돌아가 공부해보자는 생각으로 접어 든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던 서비스 사이언스의 철학적 배경과 서비타이제이션의 이론적 근거를 2001년에 발간된 대 석학의 자료에서 해법을 찾았다는 것은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이다.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장점을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리뷰와 소개로 구간을 소개한 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쉽게 넘겨버리지 못할 정도로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논거가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이미 실현된 예언이 되었지만 이제 막 준비되는 미래상 역시 아직도 이 책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하면 다양하고 방대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저자의 혜안이 무서울 지경이다.

서비스의 미래상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는 독자라면, 접속의 실체와 구현 방안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혜안을 가진 대 석학의 이론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지 뜯어 보고 싶은 독자라면 2001년에 출간된 이 구 도서가 낡은 이론은 커녕 지금 막 변화되는 세상에도 적용됨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 저자소개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 경영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터프츠대학의 플레처 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그 후 워싱턴 시의 경제동향연구재단을 설립해 현재는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리프킨은 여러 나라의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으로 활약하고 있을 뿐아니라, 기업과 시민포럼에서 자주 강연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로 연구한 리프킨의 저서들은 16개국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의 수많은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지은책으로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Who Should Play God?>(함께지음), <The Emerging Order>, <Biosphere Politics>, <Beyond Beef> 등이 있다.

* 책소개 

이 책의 제목과 원제를 함께 보자. '소유의 종말'과 더불어 '접속의 시대 The Age of Access'가 도래한다는 뜻일게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소유'와 '접속'이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노동의 종말>을 통해 첨단 기술에 의한 산업 변화가 노동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 진단한 바 있는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산업 사회를 지탱해 온 '소유'라는 개념 역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속도가 좌우하는 변화의 시대에 물건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더이상 부의 척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대신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접속'이라는 시스템. 이는 반드시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은 물론 자동차, 주택, 가전품, 공장, 체인점 같은 실물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서비스'을 무기로 하는 접속이 늘어나고 있다(정수기나 무상 임대 컴퓨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처럼 모든 것이 서비스화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상품을 교환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심지어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공감과 관심까지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생활은 점점 어떠한 경험에 접속하는 시간으로 분할되고, 결국 인간의 삶 자체가 '시장'이 되어버리는 결과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상업과 문화가 전도된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상업은 문화의 파생물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리프킨은 이와같이 상업이 문화를 삼켜버리는 현상을 타파하고 인간의 문명을 유지하는 것은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프킨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그 누구보다도 높은 조망대에 올라 인간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의 전체상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과 견해가 돋보이는 것은 철저하게 현실에서 건져낸 생생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