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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칼국수라는 단어가 새롭다. 

팥칼국수라는 단어는 남도의 맛을 아는 독자로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이다. 남도에서는 팥죽이라고 불리우는 음식이 이 집의 명물인 팥칼국수이다. 팥죽의 새알심 대신 칼국수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한편 서울의 식도락가에게도 팥칼국수라는 단어가 신기하다. 팥죽의 새알심 대신 칼국수 면을 넣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래저래 팥칼국수라는 단어는 모든 이에게 새로울 수 밖에 없다.

남도의 식도락가에게는 팥죽이라고 설명하면 좋겠고 서울의 식도락가에게는 팥죽의 새알심 대신 칼국수의 면을 넣어 만들었다라고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팥칼국수를 맛보기는 쉽지 않다. 일부러 찾아 다녀도 쉽게 볼 수 없는 신기한 음식이고 한편 아무 생각없이 다니다 보면 우연찮게 남도가 고향인 주인의 특별 메뉴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기도 한다.

윤선도의 작품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오우가의 이 식당에서는 팥죽을 주문하면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 인내심 없는 고객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되고 전후사정을 아는 고객이라면 "꿩만두"를 주문해 허기를 달랜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 집의 팥죽은 팥을 믹서로 으깨는 작업이 아닌 체로 걸러내는 오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체로 걸러내는 팥죽의 맛을 아는 고객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 힘든 제대로 된 팥죽을 맛본다"는 기대감에 꿩고기로 만든 만두를 먹으며 한껏 기대를 한다.

테이블 한 쪽에 소금과 설탕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남도의 식도락가는 당연스럽게 팥칼국수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맛을 더하나 서울 식도락가라면 소금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설탕을 듬뿍 넣는다는 사실 역시 서울 식도락가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수북한 양의 팥칼국수의 맛은 남도의 맛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전남 무안이 고향이라는 주인의 어린 시절 드셨던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어르신을 모시고 나온 가족 일행이 많음이 이 때문이다. 냄비 들고 사러 온다는 소문이 과하지 않다.

팥칼국수와 함께 홍어삼합, 낙지 비빔밥 등이 다른 메뉴이기는 하나 시도해보지 않았으니 평하기는 어렵겠다. 다만 낙지 비빔밥은 낙지 고유의 맛이 강하다는, 홍어삼합은 의외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오히려 부드럽다는 의견이 다분하다.

서비스는 묻지 마시라. 고향의 맛에 서비스는 잠시 묻어 두어야 할 항목이다. 쾌적함도 묻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오히려 낡은 고물이 가득한 방안 풍취를 즐겨 봄이 좋다. 또는 벽에 가득 걸려있는 서화를 보면서 운치를 즐김이 좋겠다.

남도식 팥죽을 즐기려는 남도인이나 새로운 맛을 탐구하는 서울의 식도락가 모두에게 한 번쯤은 가 보기를 권한다.


* 식당명 : 오우가
* 위치 : 고양시 효자동 효자비 맞은 편 (구파발 북한산성 입구에서 송추 쪽으로 2㎞)
* 전화번호 : 02-353-1678
* 가격 : 5,000원 (팥칼국수 기군), 새알심은 1,000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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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곤의 작은 공간 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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