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아가씨와 밤
* 출판사 : 밝은세상
* 저자 : 기욤 뮈소
* 독서기간 : 2019년 5월 8일
* 초판 연월일 : 2018년 11월 26일
* 감상
기욤 뮈소의 가장 최신작이다. 작가 자신이 '경찰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스릴러'라 말했다. 그의 작품은 초반부터 확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예외다. 글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서술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덧 그의 평소 작품과 비슷한 괘적을 따라간다.
책을 지배하는 핵심 주인공은 ‘빙카’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레베카'가 출연하지 않은 것처럼 이번 책의 여주는 ‘빙카’인데 그녀를 이 책에서 만나는것은 불가능하다. 빙카는 25년전 살해되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빙카의 매력때문이다.
빙카에 대해서라면 너보다 내가 더 잘 알아. 빙카는 분명 특별한 뭔가를 가진 아이야. 빙카의 신비로운 눈빛이나 몸짓은 어느 누구도 결코 흉내 낼 수 없었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는 모습이나 살짝 입을 벌리고 실제로는 웃지 않으면서 마치 미소 짓는 듯 보이게 만드는 모습은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 아이만의 독특한 매력이었지. (p.278)
이 작품에서 저자는 빙카를 통해 그의 여성관을 살포시 드러낸다.
아룸다움을 소유한 당사자는 권력을 부여받은 셈이지만 어떻게 행사하는가에 따라 자칫 환희가 아니라 고통스런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인식이었다. (p.220)
몸짓만으로 모두를 유혹할 수 있는 빙카는 많은 사건을 만나게 된다. 빙카를 둘러싼 여타 주인공들은 복수의 주체를 확인하고 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꼬여있는 음모와 복선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고통과 노력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이 모든 중심에 빙카가 놓여있다. 작가는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조소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세상은 네가 생각하듯 그리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곳이 아니야. 삶의 현장은 어디나 전쟁터이고, 기본적으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어. (p.229)
책의 결말을 향하면서 반전에 반전. 그리고 또 반전. 내 딸이 “그 책 재미있어?”라고 내게 물었을 때, “너는 보지마. 지나치게 프랑스다워.”라고 대답했다. 누구는 막장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듣고보니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니 그 보다 훨씬 다양하고 프랑스다운, 사건은 이 책에 다 포함되어 있다. 어느 단어 하나만 언급해도 스포일러가 되기 쉬운 작품이다. 궁금하면 읽어보는 수 밖에. (농담 아니고 정말 한 단어라도 힌트를 주면 책 읽으면서 날 죽일려고 할거야.)
다행스럽게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된다. 여주 빙카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연과 조연의 움직임을 보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살표시 드러난 그의 여성관은 어느덧 투쟁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관으로 변모한다.
작가들은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소설을 쓰잖아요.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과 싸우기 위해서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서요. 물론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려면 현실을 잘 알아야 하겠죠.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