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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도 요즈음은 집 전화번호와 캐릭터가 새겨진 예쁜 명함을 주고 받는다. 친구들의 명함을 관리하기도 하고 자신의 예쁜 명함을 만들고 프린트하는데 여념이 없다. 하물려 초등학생들이 그러하거늘 늘 명함을 들고 다니는 독자들은 어떠하신가?

명함의 용도로 처음 사용된 것은 중국인들이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상대방이 부재중이면 이름을 남겨 적어 남겨 두었는데 이것이 명함의 시초라고 추측한다. 지금처럼 상대방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용도가 아니지만 독일의 경우도 비슷한 용도로 16세기 경 이름을 적은 쪽지를 사용했으며 프랑스는 루이 14세 때부터 명함을 사용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용도로 명함이 쓰인 것은 일본의 경우 1854년 에도막부의 관리가 방일한 미국 사절단에게 자신의 지위와 이름을 적어 건네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우리나라 최초의 명함 사용자는 한국인 최초의 유학생인 유길준으로 기록되어 있다.

필자는 IT업계에서 일하게 된 이후부터 명함을 관리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일하기 전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도 명함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인맥형성과 인맥관리를 위해서 명함을 애지중지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외영업부서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필자의 명함관은 수 많은 외국 바이어들의 명함을 모으는 취미생활에 더 가까웠다. 형형색색, 가지각각의 로고와 캐릭터가 새켜진 외국 바이더들의 명함을 들여다보면 한편 흐뭇도 하고 한편 재미도 있었지만 지금 그 명함집은 설합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필자가 IT업계에서 근무하면서 한 달에 소모하는 명함은 평균 100장 정도이다. 한 달에 평균 한 통에서 두 통의 명함을 소진하고 있으니 IT업계에서 명함은 언제든지 뽑을 수 있어야 하는 권총과도 같다. IT업계에서는 인맥지도와 업계의 제휴지도, 영업 파이프라인 등 많은 각도에서 명함을 바라본다. 그 무엇이 이유이든 명함은 자신을 소개할 수 있고 상대방을 기억할 수 있는 최전선의 무기이다.

필자가 강의를 마치고 나면 모든 수강생들에게 명함을 돌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필자에게 명함을 전달하는 수강생에게만 명함을 주기도 하지만, 강의 말미에 명함을 주시는 분께는 향후 A/S(?)가 있다는 광고성 멘트를 함에도 명함이 모두 모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더우기 명함전달을 하지 않은 몇 몇 수강생은 반드시 며칠 후 관련 자료 요청이나 자문을 구하고는 한다. 자신을 기억시킬 수 있는 어쩌면 처음 만나는 대상에게는 유일한 단초가 되는 명함교환에 왜 그리 인색한가? 명함은 자신을 주변인에서 핵심인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신호탄이다.

명함을 전달받을 때 느낌이 다 같지는 않다. 깨끗한 명합집에서 꺼낸 명함과 주머니 한 쪽에서 혹은 수첩에서 꺼낸 명함은 받는 사람의 느낌이 다르다. 그 다른 느낌만큼 명함을 건네주는 사람의 느낌이 달리 전달된다. 명함을 받으면 필자는 명함 하나 하나를 꼼꼼히 뒤져본다. 잘못된 영어 철자, 잘못된 영문 띄어쓰기, 성과 이름이 뒤바뀐 영어 이름... 이 모든 것들은 그 회사의 역량을 넌지시 알려준다. 제대로 된 회사는 제대로 된 경영지원이 있기 마련이고 꼼꼼한 경영지원부서는 꼼꼼한 일처리로 그 회사에 보답한다.

필자는 명함에 적혀 있는 핸드폰번호, e-메일 주소 등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CEO 및 핵심간부,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공무원. 그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나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e-메일 주소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언제든 기회가 되면 회사를 떠나도 좋을 듯이 그 회사의 e-메일 주소가 아닌 모 포털업체의 e-메일 주소를 명함에 자연스럽게 올려 놓은 사례도 있지만 한편 e-메일 주소를 하나씩 읽다 보면 웃음이 나거나 그 사람의 심리가 드러나는 단어들 역시 많이 있다. 이런 e-메일 주소는 필자가 상대방을 기억하는 좋은 단서이자 즐거움이다.

rose@... 장미와 같은 여자... smile89@ 혹 학번이 89학번은 아닐까? ebizvalue@ 오호라.. e-비즈니스 업계에서 한 몫 하고 싶구나... 등 재미있는 [꺼리]들이 많이 발견된다.

명함은 우리의 얼굴이다. 우리의 얼굴이 항상 웃는 모습이기를 그리고 명함을 전달받은 상대가 그렇게 느끼도록 좀 더 신경을 쓰는건 어떨까? 그것이 바로 명함을 이용한 인맥형성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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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곤의 작은 공간 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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