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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은교
* 출판사 : 문학동네 
* 저자 : 박범신
* 독서기간 : 2015년 6월 28일 
* 초판 연월일 : 2010년 4월 6일 

* 감상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를 책 보다 먼저 만났다. 늙은 시인과 여고생의 변태적이고 통속적인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기준으로 삼았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으나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들어나 보이지 않는다. 뭔지 모를 서운감이 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 책보다 소설이 좋다는 평을 받기는 어렵다. 다른 장르이니 다른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아니 아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소설 [은교]와 영화 [은교]는 모티브만 같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영화를 책보다 먼저 만났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은교’에 이르러, 비로소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꼈다고 한다. [은교]를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적확한 설명이다. 주인공인 시인이 '은교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에서도 그와 같은 실존과 자아 부정은 격하게 나타난다.

나의 마지막 길이 쓸쓸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비참하지도 않다. 너로 인해, 내가 일찍이 알지 못했던 것을 나는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이 알게 되었다. 그것의 대부분은 생생하고 환한 것이었다. 내 몸 안에도 얼마나 생생한 더운 피가 흐르고 있었는지를 알았고, 네가 일깨워준 감각의 예민한 촉수들이야말로 내가 썼던 수많은 시편들보다도 훨씬 더 신성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세상이라고, 시대라고, 역사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직관의 감옥에 불과했다는 것을, 시의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시들은 대부분 가짜였다. (p.394)

2010년에 출간된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는 내게는 큰 행운이다. 2010년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지금보다 덜한 감정과 지금보다 덜 여문 실존을 만났을 것이다. 눈물이 핑도는 문장이 여러 번 있었다. 실존이 무었인 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잔인하게도 사실적으로 그 순간을 문장으로 옮긴 작가가 밉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역시 같은 의미의 고백을 남겼다.

… 노년의 욕망에 대한 현미경적 보고서이자 한 시인의 통절한 자기 부정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연애소설이 예술가소설로 육박한 사례라고 하자. ...

“그리하여 부디 밤에만 읽으시라, 나의 [은교]”라는 작가의 충고는 그 때문이다. 통절함을 느끼기에는 밤이 넉넉하다. 혹은 지금보다 더 나이들어 읽도록 뒤로 미루어도 좋겠다. 


* 저자소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소금》, 《소소한 풍경》 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 현재 상명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 책소개

정지우 감독, 박해일.김무열.김고은 주연의 영화 [은교] 원작소설. 박범신의 장편소설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엉켜 있는 사랑이야기이다. 작가는 소설 <은교>에서 '남자란 무엇인가. 여자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인가.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욕망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은 지 일 년이 되었다. Q변호사는 이적요의 유언대로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노트를 읽고 나자 공개를 망설인다.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 소녀인 한은교를 사랑했으며, 제자였던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던 것. 또한 <심장>을 비롯한 서지우의 작품은 전부 이적요가 썼다는 엄청난 사실까지.

이적요기념관 설립이 한창인 지금, 이 노트가 공개된다면 문단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 빤하다. 노트를 공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Q변호사는 은교를 만나고, 놀랍게도 서지우 역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듣는다. 은교에게서 서지우의 기록이 담긴 디스켓을 받은 Q변호사는, 이적요의 노트와 서지우의 디스켓을 통해 그들에게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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