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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여행

티벳 박물관 관람기

by 시칠리아노 2003. 10. 20.
작지만 녹녹하지 않는 박물관
티벳박물관은 2001년 12월 1일 설립되었다. 설립자인 신영수 관장은 지난 10년간 모아온 티벳 관련 유물과 그 외 콜렉션을 일반에 공개하여 많은 분들이 티벳문화와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설립취지를 밝히고 있다.

티벳박물관은 약 3,000점 이상의 유물 중 500여 점을 기획전시하고 있어 한 번 방문으로 끝날 가벼울 박물관은 결코 아니다. 파란색과 티벳트 문양으로 건물 외관이 꾸며진 2층 규모의 아담한 박물관으로 공영 박물관을 기대하고 찾아 온 관람객은 싱거워 할지도 모를 규모이지만 유물의 밀도가 높고 하나하나 자세히 볼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녹녹하지 않는 공간이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고미술품으로 구성된 유물의 색채와 조형을 유리창 넘어서 훔쳐 보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는 생동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관람 후 즐기는 한 잔의 차
티벳박물관을 관람하고 난 후 한 잔의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게 된다. 박물관측은 관람 후 편하게 쉬면서 티벳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따스함을 배려한다. 본래 티벳차는 버터와 보리차를 섞은 수이자라는 것으로 버터를 녹여 먹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이 않아 중국의 국화차나 자스민차, 용정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차를 즐기는 시간은 티벳박물관 관람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정점이다. 박물관은 찾아 오는 관람객을 맞이 하는 안내자와 차를 대접하는 안내자 등 보통 2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우리에게는 낮선 티벳 유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중요하고 의심심장한 유물에는 간단한 설명문이라도 놓여 있으나 좁은 공간의 가득 차 있는 모든 유물들에 설명을 늘어 놓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람 후 즐기는 한 잔의 차는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한 박물관 측의 배려라고 이해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관람 포인트
Point 1 : 티벳 불상
자연스럽게 그러나 의아하게 우리에게 이해되는 유물이 불상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티벳 등 각국의 불상은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다. 티벳 불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불상과는 다르구나 정도만 느껴도 충분하지 않을까? 박물관 측은 티벳사원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외국화폐를 불상 앞에 놓았는데 이제 관람객 중 불자이신 분들이 시주한 한국화폐도 많이 쌓여 있다.

Point 2 : 인골을 이용한 그릇
유물 한 편에는 식기, 악기, 의장구, 의복, 신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유물은 사람 두개골을 이용한 밥그릇이다. 티벳불교에서는 인생의 덧없음과 욕심을 버린 수행을 설파하기 위해서 사람의 두개골이나 정강이 뼈를 이용하여 밥그릇이나 장신구로 사용하는 풍습이 있다.우리에게는 놀랍고 낫선 유물이나 불자의 눈으로 유물을 관람해 보기를 기대한다.

Point 3 : 자주 바뀌는 기획전
티벳박물관 측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티벳유물을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나 이것으로 티벳박물관의 전부를 유추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티벳박물관은 수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어 매 해 서너번 정도를 방문해도 좋다. 2003년 봄에는 ‘동양화기전’이 전시중이다. 14세기부터 20세기 초 까지를 망라하는 화약무기와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자세한 안내책자가 실내에 배치되어 있다. 티벳에서 사용하던 총기가 비치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Point 4 : 옴마니반메홈
티벳박물관을 관람하면 티벳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 나온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그냥 넘기지만 고요하게 흘러 들어오는 노래소리는 옴마니반메홈이라는 주문을 연이어 외고 있다. TV 사극 태조완건에서 궁예가 옴마니반메홈이라는 주문을 외어 우리에게 친숙한 주문이다. 티벳 원어로는 옴마니빼드메훔이라고 발음한다. 진주 속의 보석이라는 뜻으로 티벳 불교에서 승려들이나 신도들이 사찰을 돌며 예불을 드릴 때에 사용하는 주문이다. 실제로 사용되는 의미는 ‘더 이상 사바세계에 윤회로써 태어나지 말게 해 달라’는 뜻으로 우주에 지혜와 자비가 우리의 마음에게 퍼진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축언이라고 보면 된다.

관람을 위한 상식 : 티벳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해 있는 인구 260만 명, 면적 120만㎢의 티벳족(族) 자치구로 주도((主都)는 라싸[拉薩]이다. 중국에서는 시짱[西藏]자치구라고 한다. 남쪽은 인도, 네팔, 부탄, 마얀마 등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티벳은 지구상 최대.최고의 고원인 티벳 고원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고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고도 4,000m가 넘어 파미르 고원과 함께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고원의 남쪽 가장자리에 잇는 히말라야산맥은 길이 2,400km, 평균 해발고도 6,000m가 넘고,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7,000m급 봉우리도 약 40개를 헤아린다.
티벳족은 돌·흙을 겹겹이 쌓아올린 벽을 만들고 지붕이 평평한 2∼3층 가옥에 살며 1층은 가축우리나 헛간으로 사용한다. 주식은 참파라는 라이보리를 볶아 가루로 빻은 것인데 버터차(茶)로 반죽하여 먹는다. 버터차는 지름 15cm, 길이 1m 정도의 나무통에 끓인 찻물을 붓고 소금과 버터를 넣은 다음 휘저어 만든다. 의복은 추바푸르(털로 만든 옷이라는 뜻)라고 부르는 거친 모직물을 입는다. 구두는 원래 펠트 장화를 신었으나 지금은 고무바닥을 댄 즈크화(靴)를 신는다. 남녀 모두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두 가닥으로 땋고 머리에 감아 붙인다. 또 모피 모자를 쓴 사람도 많다.

티벳의 경제는 농업과 목축이 주종이며 순수 유목민은 극히 소수이다. 개발의 여지가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아직 미개발상태에 있다. 거의가 정착생활과 함께 반농반목(半農半牧)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람을 위한 상식 : 티벳의 최근 역사
제2차 세계대전 때 중립을 지킨 티벳은 종전 이후에도 독립정부를 구성하고 있었으나 1949년 중국 전역을 장악한 중공군이 이듬해 10월 티벳을 침공하였다. 달라이 라마는 국제연합군의 개입과 영국의 지원을 기대하였으나 모두 실패한 끝에 1951년 5월 중공의 종주권과 티벳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17개항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한편 라싸에 중공의 민간 주재기관과 군사사령부를 설치하게 하고 시캉성[西康省] 창두 지구를 편입받았다.

그 후 중공군 및 민간인의 계속적인 유입으로 인한 자원 부담과 양쯔강[揚子江] 상류의 동부지역에 살고 있는 티벳인에 대한 박해를 계기로 1959년 라싸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다. 제14대 달라이 라마를 지도자로 내세운 이 반란은 수많은 희생자를 낸 채 실패로 끝나고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많은 추종자들은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과 함께 티벳에서는 중국 체제를 본뜬 군사독재가 실시되어 사유재산이 몰수되고 사원과 귀족의 영향 아래 있던 티벳의 사회구조는 농민조합을 중심으로 한 집단체제로 바뀌었다.

중국은 자치를 유지한다는 명목을 세우기 위하여 중국의 꼭두각시인 새 판첸 라마를 임시 행정부의 의장으로 앉히고 수많은 불교 사찰 가운데 전시효과를 노린 일부만 남기고 모두 철폐하였으며 승려들의 대부분은 피신하거나 투옥되었다. 그 뒤 티벳인의 여행 억제, 농업생산의 독려, 적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티벳인에 대한 강제노동 등 엄격한 제재는 1961, 1962년의 기근을 계기로 민중봉기를 일으키게 하였으며 많은 피난민들이 인도로 유입하고 게릴라전이 계속됨으로써 판첸 라마도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1965년 중국 정부는 티벳을 자치구로 만들어 민족자치를 인정하고 당시까지 행정구역의 하나였던 창두 지구를 시짱 자치구에 편입시켰다. 1980년대 중반에 와서야 중국의 통치가 완화되었다. 1989년 14대 달라이 라마가 비폭력적인 티벳 독립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찾아가는 길
서울시 종로구 정독도서관 뒤로 정독도서관 정문을 등지고 서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이 골목에 설마! 하는 생각을 버리고 찾아 나서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골목에서 약 15m 정도 들어가 무속박물관을 마주 보고 서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1번 출구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나와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하며 버스는 안국역 또는 인사동입구에서 하차하여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도보 이동하여야 한다. 승용차로 방문하는 경우에는 경북궁 맞은편 국군통합 병원 옆길로 들어서 정독도서관에 차를 주차하거나 티벳박물관 입구의 선재아트센터 주변에 차를 주차하는 것이 좋다.

떠나기 전에 Check !!
* 관람시간 : 10:00 ~ 19:00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 개인 5,000원 12세 미만 어린이 3,000원
* 홈페이지 : www.tibetmuseum.co.kr
* 단체관람 문의 : (02)735-8149 심광웅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