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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차폰 잔폰 짬뽕

by 시칠리아노 2009. 12. 8.

* 책제목 : 차폰 잔폰 짱뽕 -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 출판사 : 사계절
* 저자 : 주영하
* 독서기간 : 2009년 11월 25~30일
* 초판 연월일 : 2009년 10월 15일

* 감상 

비슷해 보이는 단어가 익살스럽다. 우리가 즐겨먹는 짬뽕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과연 자장면은 중국에도 있는 걸까? 아사이의 음식 문화는 한 갈래에서 출발한 것일까? 저자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여 글을 시작한다. 하나씩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고 한국과 일본, 중국을 넘나드는 음식 문화를 익히다 보면 우리가 흔하게 먹는 음식 하나 하나에 철학과 역사가 함께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대부분의 음식 관련한 서적이 레서피 중심이거나 맛집 순례에 그친다면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가 음식을 주제로 작성한 문화서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음식의 문화와 역사를 음식의 맛과 멋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이다. 가끔은 맛을 설명하고 맛을 궁금하게 만들며, 한편으로는 역사를 설명하고 문화를 설명하는 저자의 입담에 독서를 하면서 서서히 녹아든다.

소주에 관하여 일본의 한 지방을 방문해 느끼고 발견한 점을 서술하고, 중국의 소수민족의 음식 문화에 대하여 역설하고, 사탕수수 군도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곧 이어 우리의 지방 음식을 제주도의 사례, 김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서서히 독자들은 아시아의 음식 문화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 말려 들어가고 잇는 것이다. 바로 로컬푸드에 대한 저자의 평소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만드는 장치이다.

본격적으로 로컬푸드 시스템의 복원을 주장하면서 우리나라 음식의 미래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 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결국 역사서이자 문화서인 셈이다. 맛이 있는 역사서. 멋이 있는 문화서. 로컬푸드에 대한 주장이 담겨져 있는 철학서이다.

로컬푸드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대 명제에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주장을 다 버리고, 맛에 대한 탐구만으로도 넘치는 책이다. 그도 아니면 짬뽕과 잔폰과 차폰이 왜 그리 비슷한 단어인지 호기심으로 접근해도 좋겠다. 가끔은 우리가 즐겨 먹는 카스테라 빵이 스페인 까스티야 (Castilla)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작은 지식으로 접근해도 재미나다.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어떤 방식으로 이 책을 접근해도 재미와 맛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맛에 탐닉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음식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아시아의 음식 문화의 유형을 공부하고 싶은 매니아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저자 소개

196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사학과와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공부했으며, 중국 중앙민족대학(中央民族大學) 대학원 민족학과에서 「중국 쓰촨성 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中國四川凉山?族傳統漆器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10월부터 1년 동안 일본 가고시마대학 인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있다. 민속학과 음식학을 주로 연구하며, 전근대와 근대의 사유와 생활이 혼재되어 있는 19세기와 20세기라는 시간 축에 관심이 많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한국·중국·일본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 꾸준히 현지 조사를 수행하면서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김치의 문화인류학』(1994), 『한국의 시장―사라져가는 우리의 오일장을 찾아서』(공저, 1995?2003), 『음식전쟁 문화전쟁』(2000),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2000),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2005) 등이 있다.

* 책소개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중.일 세 나라의 음식문화는 어떻게 변해 왔을까? 국가와 민족의 틀에 갇혀 있던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는 이제 그 틀을 넘나들며 다채로워지는가 하면, 세계화의 여파로 그 고유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내 음식 역사/문화사 연구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영하 교수는 수년간의 현지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토대로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를 상세하게 풀어낸다.

음식은 개인이나 집단이 처한 현재의 정치경제학적 좌표를 보여 준다. 이러한 속성은 세계화가 보편화된 오늘날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과거 소규모 단위의 자급자족적인 음식 생산/소비/유통 시스템(로컬푸드local food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다국적 식품 기업이나 강대국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화된 음식 산업 체제에 포섭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오랫동안 지속된 식생활의 변화는 물론이고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에 이르는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음식에 대한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뛰어넘어 ‘인문학적 음식학’을 주장하는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음식은 주권이나 인권의 문제와 직결된 정치경제학의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하고, 대안적 음식 문화로서 로컬푸드 시스템을 되살리자고 주장한다. 민족.국가. 로컬푸드라는 키워드로 동아시아 음식 문화에 대해 인문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책.

*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