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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요재지이 (총 6권)

by 시칠리아노 2004. 2. 10.





* 책이름 : 요재지이 (총 6권)
* 출판사 : 민음사
* 저자 : 포송령 지음 / 김혜경 역
* 독서기간 : 2004년 2월 초
* 초판 연월일 : 2002년 8월 5일

* 감상
우리나라에 요재지이라는 책은 중국의 8대 기서에 포함되어 있으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책이다. 나 역시 어렴풋한 기억으로 책 제목을 검색하는데 한참이 걸렸고 총 6권이나되는 대작이라는 점때문에 놀라기도 하였다.

옜날 이야기를 좋아하고 전설의 고향이나 환상적인 판타지를 그리워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그런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채워준다. 총 6권에 걸친 약 500여편의 단편들은 긴장을 잠시도 늦춰놓지 않으며 재미와 환상과 옜 삶에 대한 그리움을 선사한다.

천녀유혼의 원작이 이 방대한 이야기책 중의 하나에서 펼쳐진 것임을 안다면 놀라울 것이다. 천녀유혼과 같은 이야기가 500편이 쌓여 있다고 생각하면 한꺼번에 다 읽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5권까지 마구 읽어나가다 6권은 아까운 마음에 책상 한 편에 치워놓고 있다면 이 책의 재미를 느낄만한가?

책을 읽고 있노라면 천녀유혼과 같은 영화장면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중국의 귀신과 한국의 귀신은 등장하는 장소나 배경도 사뭇 다르다는 재미도 찾아낼 수 있다. 환상적인 배경과 은원관계, 요염함이 중국 귀신의 특성인가 보다. 이 책에 나오는 중국의 정령, 귀신, 여우, 신령, 장군신과 염라대왕, 상제 등은 재미와 함께 교훈을 들려준다.

책의 저자 포송령은 반정부스러운 나름대로의 신념을 귀신을 통해서 설파하고 복수한다. 탐관오리를 처벌하는 귀신이나 여우, 효도하는 사람에게 복을 내리는 정령이나 호신 등 교훈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다만 어린이에게 이 책을 읽히게 하는 것은 좀 무리라고 본다. 한 권으로 된 어린이판 요재지이가 그래서 발간되었나보다. 현란한 문체에 실린 아름다운 사랑과 환상적인 에로티시즘 (무협지만큼은 안된다)이 군데 군데 펼쳐지니 어린이에게 읽히기에는 조금 무겁고 에로스럽다.

재미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재미와 환상과 반성을 경험하기를 기대해본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도서이나, 6권 전질을 한꺼번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향이 있으니 숙제하듯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1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반면 이야기거리에 목말라 하는 독자라면 6권 전질을 구매해도 아깝지 않을 도서이다.

* 요즘 제가 외도가 많은가 봅니다. 전공서적은 안보고 이야기책이라니...

* 저자소개
명말 청초의 역사적 격변기를 보낸 인물로 산동 지방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되던 해에 처음으로 동자시(童子試)를 치러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붓끝에 신기가 어리고 글에서는 기이한 향내가 난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서른한 살 나던 해에는 고향을 떠나 막객으로 생활을 하며 회수(淮水) 등지를 떠돌면서 민초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로는 훈장 노릇을 하며 경사(經史)나 철학, 문학뿐만 아니라 천문, 농상(農桑), 의약에 관한 책들까지 두루 섭렵했다. 일흔다섯에 생을 마감했으며, 지은책으로는 <요재지이>, <요재문집>, <요재시집>, <농상경>, <약수서> 등이 있다.

* 줄거리
중국 문학사의 대작이자 8대 기서 중 하나인 <요재지이>가 완역 출간됐다. 팔대기서란 명대에 출간된 사대기서-<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에, 청대의 <요재지이>, <유림외사>, <홍루몽>, <금고기관>을 합쳐 이르는 것이다.

이중 <요재지이>는 500여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소설집으로, 전통적인 문어체인 고문으로 씌어진 책 중 최고의 경지에 오른 책이라 불린다. 책 제목을 풀이하면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란 뜻으로, 여기서 '요재'란 지은이의 서재 이름이다.

이 책에는 온갖 귀신과 여우, 사물의 정령들이 출현하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여준다. 전세계적으로 칭송받는 '고전'답게, 생의 복잡다단한 면을 꿰뚫는 지은이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자유분방한 상상력로 갖가지 재담과 신기한 이야기들을 넉살좋게 풀어놓는 이 책은,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되어 왔다. 왕조현과 장국영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과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바 있는 '협녀'의 저본이 바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것.

현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이한 환상 세계 속에 지은이 자신의 억눌린 이상을 함께 담아넣어, 그 옛날 중국 고전의 드넓은 지평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