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 출판사 : 생각의나무
* 저자 : 이어령
* 독서기간 : 2012년 12월 15일
* 초판 연월일 : 2006년 4월 6일
* 감상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기억되는 저자 이어령 교수의 오래 전 작품이다.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 냈으니 2006년 봄이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생각되는 디지로그이지만, 당시에는 새롭고 알찬 개념이라 관심이 집중되었던 단어이다. 저자는 디지로그를 "한국인이 이끄는 첨단정보사회, 그 미래를 읽는 키워드"라고 정의한다.
미래학 저서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나, 디지로그라는 단어의 해석을 복잡한 IT기반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의 식문화를 따져보고 디지털의 가상공간과 연결하여 통합적 모습을 디지로그로 그려보려고 하였다. 저자는 우리의 김치 문화, 골뱅이, 나물 문화, 떡 문화 등 전통적인 우리의 먹거리 문화와 디지털의 세상을 연결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은 먹는 것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의 문화 코드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코드를 읽는 학습을 위하여 작성된 책이다.
디지로그라는 책의 소재를 떠나 이 책은 다른 각도에서도 추천할만한 책이다. 마치 국어교과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런 표현을 어찌 이 상황에서..." 혹은 "이런 처음 듣는 단어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글이 수려하고 세련되다. 글의 문장이 짧고 핵심이 가득하여 독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어 놓는 압력이 강하다. 길고 화려한 만연체 문장을 자주 쓰는 작가와 달리 짧고 굵은 문장을 사용하되 그 단어는 바늘로 찌르듯 적확하게 들어맞는다. 좋은 글을 배우기 위해 문장을 필사해 보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저자는 디지털 강국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길은 첨단기술과 한국 문화를 융합하는 디지로그의 동력에서 나온다라고 글을 정리한다. 먹거리 관련한 글만을 모아 디지로그 '선언편'을 만들었고 이어 디지로그 '전략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아쉽게도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먹거리와 디지털과의 융합. 재미있는 주제이다. 디지로그라는 기술적인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은 가볍고 허황된 주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통찰력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디지털 미래 발전상을 배우고 싶다면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를 정독하기를 추천한다.
* 주요내용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분단과 그 양극화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걱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먹는 것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의 문화 코드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 코드를 읽는 학습과 훈련이 절실히 요망된다. (p.14)
인터넷 시대의 디지털 정보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아파트의 생활이 사막처럼 황량할수록, 따뜻하고 행복한 시루떡 돌리기와 같은, 아날로그 정보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p. 34)
물론 젓가락은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한중일 그리고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젓가락질을 한다. 그러나 같은 젓가락이라 해도 젓가락의 정보모델을 완벽하게 지니고 있는 것은 한국 말고는 없다. (p. 48)
선택할 수밖에 없다. 둘이 있으면 하나를 버리고 셋이 있으면 둘을 버릴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인가 디지털인가. 인간 문명은 그 선택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러기로 상징되는 디지로그형 새로운 정보사회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p. 68)
문화 유전자들은 음식물을 통하여 우리의 몸에서 몸으로 그리고 윗대에서 아랫대로 계속 전승된다. 동시에 우리의 젊은이딜은 음식보다도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나 검색 사이트를 통해서 그 문화 유전자와 접촉.모방하는 것이라고 상정해볼 수 있다. (p. 86)
높고 낮은 균형을 찾는 롤러코스터의 위치에너지에서 생기는 균형 인자! 두고 보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립하는 두 세계를 균형있게 조화시켜 통합하는 한국인의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갈 날이 ... (p. 104)
기업가들은 40년 뒤 우리가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40년 뒤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가치관의 모델이 어떤 것인지, 가족이나 국가를 넘어선 보편적인 문화라는 게 있기나 한 거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p. 118)
지식정보의 신개념은 독점보다는 나눔이, 경쟁보다는 협력이, 그리고 폐쇄보다는 개방이 우선해야 한다는 데서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은 시장의 가격이 아니라 마음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시스템의 인식이다. (p. 128)
한국인이야말로 디지털의 공허한 가상현실을 갈비처럼 뜯어먹을 수 있는 어금니의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사이버스페이스의 디지털 공동체와 식문화의 아날로그 공동체를 이어주는 디지로그 파워가 희망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p. 140)
* 저자소개
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2000년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식전과 문화 행사, 1993년 대전엑스포의 문화 행사와 리사이클관을 주도했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2010년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기획하고 공연했으며, 2011년 새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생명자본주의’를 선언했다. 2012년 현재 중앙일보 상임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생각』,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 『암살자』, 『환각의 다리』, 『무익조』 외 다수와 전집 『한국과 한국인』(전6권), 『이어령 전집』(전20권), 『생각에 날개를 달자』(전12권), 『이어령 라이브러리』(전30권)가 있다. 이 중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중국어·프랑스어·영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 책소개
디지로그(Digilog)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한때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디지털 기술은 그 부작용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다. 정보(情報), 말 그대로 정감 있고 온기 있는 디지털 문화를 이룰 때 우리는 후기정보화사회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오늘의 무대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아날로그의 디지로그적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최첨단 기술만으로, 최고의 힘과 두뇌만으로, 혹은 단순히 산뜻하고 콤팩트한 외적 이미지만으로는 세계를 리드할 수 없다. 거기에 어떤 컨텐츠를 담고 어떤 사용자 친화적인 옷(Ware)을 입히는가가 중요하다. 이 책은 다가오는 디지로그 세상, 디지로그 시장의 미래를 읽는 마케팅 준비서다.
'독서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후기]지성에서 영성으로 (2) | 2012.12.23 |
---|---|
[독서후기]노 시크릿 (2) | 2012.12.20 |
[독서후기]행복한 달인 (2) | 2012.12.14 |
[독서후기]피터 드러커의 자기계발 (0) | 2012.12.13 |
[독서후기]빅 픽처 (0) | 2012.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