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사색기행
* 출판사 : 청어람미디어
* 저자 : 다치바나 다카시
* 독서기간 : 2005년 8월 1~10일
* 초판 연월일 : 2005년 4월 11일
* 감상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배경은 신문지상에 올려진 Book Review의 한 구절때문이다. 저자의 El Escorial 여행기 일부를 소개하는 구절을 보자마자 이 책을 온라인 서점을 통해 주문하였다. 책을 받아 든 순간의 첫 느낌은 경악스러울만큼의 두께였다.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거대한 분량으로 어쩌면 서점에서 책을 골르는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집어들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무게감을 준다. El Escorial (엘 에스꼬리알)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내 감정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저자도 느꼈다는 착시현상이 사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배경이지만, 신문지상의 Book Review와는 달리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El Escorial의 여행기는 사실 단 서너페이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El Escorial을 여행하는 저자의 여행습관에서 이미 나는 아주 작은 저자와의 동질감과 함께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 책은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월간 신동아] 등에 실린 저자의 수십년 동안의 글 중 여행과 관련이 있는 글들을 따로 떼어 모은 책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월간 신동아]라는 우리식의 표현에서 느껴지듯 두껍고 재미없고 지나치게 시사적이거나 현학적인 글들의 모임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 당연할 듯싶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논객답게 글의 양식은 [월간 신동아]버젼이나 글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 적당히 시사적이고 적당히 현학적이며 술술 읽혀내려가는 글들로 어느 순간 "어? 끝이야?"라고 느낄만한 허탈감을 맛 볼 만큼 재미있다.
글의 내용을 떠나서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사실 많이 배울 수 있는 교재이고 나 역시 글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느낀 책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본질로 다시 돌아온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큰 하나를 얻은 것이 있다. 저자의 글을 잠시 옮겨보자.
"한 마디로 말하자면, 판에 박힌 기행문처럼 하찮은 것도 없다는 말이 되겠다. ... 그런 '다분히 기행문 같은 기행문'은 대부분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 정보를간결하게 정리한 실용적인 여행 안내서라면 나름대로 도움이 되겠지만, 평범한 작가의 평범한 기행문은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본다."
이러한 연유로 이 책에서는 다분히 기행문 같은 글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서평을 검색해 보면 이러한 연유로 이 책에서 제 6장인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라는 글만이 읽을만 했다라는 독자들의 항변이 많은 반면 사실 나로서는 이 책에서 이 문제의 6장이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라는 꼭지가 이 책에서 가장 읽기 싫고 무료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기행문을 원하는 독자의 관점과 판에 박힌 기행문처럼 하찮은 것도 없다는 저자의 관점이 대비되는 극도의 순간을 담고 있는 꼭지이다.
팔레스타인 보고 등 중동 아젠다들이 이 책의 많은 분량을 담고 있다. 이미 20년 전의 시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지 않은 분량으로 신선하고 정확한 시각을 들려주는 이 책의 핵심재미 중 하나라고 본다. 물론 그 글이 작성된 이후 20년 동안 중동에서는 많은 아젠다들이 펼쳐지고 접혀지지만 그 아젠다의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며 20년동안의 변화는 핵심이 아닌 주변 이슈들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기타 여러 핵심꼭지와 재미가 있지만 모든 장을 하나씩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책의 두께만큼 감상의 무게도 길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나머지 모든 글들의 감상은 비슷해 보인다. 취합된 감상의 결론은 이 책의 서론에 다시 귀결된다. 이 책의 서론을 읽는데 참 길고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 만큼 이 책의 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겁다. 서론만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니 사색기행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하나씩 펼쳐지는 유일한 장이다. 나머지 장은 그것을 실현하고 녹여낸 결과일 뿐이다. 이 100페이지에 달하는 서론을 읽고 다시 읽는데 무려 4달 정도를 보냈다. 나머지 장은 모두 10여일 동안이 짜투리 시간을 내서 읽은 것과는 사뭇 다른 강도이다.
기행문 쓰기, 여행의 맛,시사적 아젠다의 접근 등많은 부분에서 느낀 점이 많고 글 읽기가 즐거웠던 오래간만의 대작이다.
* 저자소개
지(知)의 거장으로 손꼽히며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 및 평론가이다.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환경과, 리교대학 대학원 21세가 사회디자인 연구과의 특별 교수로 활동 중이다. 1940년 나가사키 현 출신으로, 1964년 도쿄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춘추」에 입사해 『주간문춘』의 기자가 되었으나 1966년 퇴사하여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 재학 중 평론 활동을 시작했고 1970년 대학을 중퇴했다. 특히,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 그 인맥과 금맥>에서 다나카 전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후 사회적 문제 외에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 분야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1979년 <일본 공산당 연구>를 발표하여 고단샤 논픽션상 수상, 1983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보다 넓은 뉴저널리즘을 확립한 문필 활동’을 인정받아 문예춘추사가 수여하는 기쿠치 간상 수상, 그리고 1998년 제1회 시바료타로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지식의 단련법> <청춘표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천황과 도쿄대> <다나카 카쿠에이 연구 - 그 인맥과 금맥> <멸망하는 국가> <우주로부터의 귀환> <임사체험> <뇌를 단련하다> <뇌사> < 원숭이 학의 현재> 등이 있다.
* 책소개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낯선 곳이 주는 자극과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우리의 심신을 변화 시킨다. 『사색기행』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을 변화 시키고, 만들어 온 여행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문명과 사회에서 동떨어진 무인도에서 최첨단 도시 뉴욕 맨해튼, 최고급 와인 생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와 자살 폭탄의 현장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구석 구석을 여행한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나는 이 글들을 상당히 즐기면서 정리했는데, 독자 여러분도 즐겁게 읽는다면 다행이겠다. 이 책은 질과 양을 두루 즐기는 데 충분할 만큼, 다양한 재료를 꾹꾹 채워 넣은 마쿠노우치 도시락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마쿠노우치 도시락을 먹을 때처럼, 남기지 않고 드셔도 물론 좋지만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드셔도 좋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현대 문명의 다양하고 생생한 현실을 마음껏 골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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