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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 내것으로 만들기 (4/6)

시칠리아노 2003. 12. 22. 19:30
전 호에서 필자는 CRM을 어렵고 복잡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주변에 쉽게 적용하여 구축효과가 큰 분야에서부터 적용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DB마케팅의 쉬운 구현 사례와 원리를 풀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고객은 더 이상 왕이 아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명제는 언제나 진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DB마케팅이 성숙되면서 더 이상 고객은 왕이 아니다. 이제는 “돈 되는 고객이 왕이다”라는 더 장사꾼다운 명제로 바꿔야 할 때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명제는 고객의 성향파악과 미래 구매가능성을 측정하기 어려운 구시대 마케팅 방안이다. DB마케팅을 통하여 이제 돈이 되는 고객과 돈이 되기보다는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고객을 구분하여 서비스할 때다. 비정한 이야기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수익의 원천에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부가하여 수익창출을 강화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개념은 여기 저기 적용되어 마케팅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강남의 부촌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백화점으로부터 “이 편지를 가져오시면 곧바로 백화점 카드를 발급해드립니다”라는 우편이 발송된다. 돈 되는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며, 한편으로는 판매가능성이 높은 잠재고객을 주거지 중심이 아니라 고개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세련된 DB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연 우리에게 돈이 되는 고객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이 DB마케팅의 시작이다. 좀 더 정확하게 부연하면, 이러한 고객군을 골라내는 작업을 전 호에서 설명한 Data Mining이라고 하고, 선정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로 다가서는 방안이 DB마케팅이다.

파레토법칙을 아는가?
파레토는 이탈리아의 수학자이며 80:20법칙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80:20법칙은 세상의 숨어 있는 놀라운 비밀하나를 공개한 법칙이다. 100개의 상품을 파는 기업을 보면 20가지의 상품이 전체 80개의 매출을 기록하고 나머지 80가지의 상품이 전체 20개의 매출을 차지한다는 예이다. 또 다른 쉬운 예로는 100명의 영업사원 중 20명이 80%의 영업실적을 올리고 나머지 80명이 20%의 영업실적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DB마케팅에서는 이 파레토법칙을 활용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100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안보다는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20명의 고객만족을 극대화시키는 경우 기업이 얻는 이익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기업으로서는 자연스럽게 80% 매출을 차지하는 20%의 고객을 파악하고 서비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기업은 돈되는 고객 20%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작업과 원가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악성고객을 물리치는 De-marketing 작업을 수행해야만 한다. 파레토법칙을 잘 응용한 사례로 아메리칸 항공사를 들 수 있다. 아메리칸 항공사는 목표매상고의 80%가 45만 명의 고객에 의해 달성되며, 45만 명은 전체 고객의 20%에 해당함을 밝혀냈다. 아메리카항공사는 이 45만 명의 고객을 우량고객으로 DB화하여 관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프리미엄을 서비스하여 타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도록 하며, 우량고객과의 철저한 관계관리를 통해 고객이탈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Market Share와 Customer Share
기업의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고객관계 (Customer Relationship)를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유효하다. 경쟁기업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얼마나 더 점유하고 있는가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CRM의 원칙과 DB마케팅의 구현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결국 장래 고객의 평생동안 우리 기업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제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국내선을 타고 여행하는 경우 항공사측에서는 현재 기업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이는 고객의 평생가치(Life-time Value)를 고려하는 경우 어린이의 부모보다 이 어린이와의 고객관계를 점유하는 것이 기업에게 돌아올 이익이 크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예이다. 또한 지금까지 언급된 여러 CRM의 명제처럼 시장점유율을 고려한 나머지 고객점유율을 무시하는 경우 이익이 안 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홍보와 마케팅활동을 하는 비효율적인 사례를 낳게 될 수 있다.

DB마케팅의 구현 사례 (1) : 호주 관광청
호주 관광청은 보편적인 컨셉을 적용하여 “골프관광의 나라, 호주”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호주 골프장을 배경으로 TV CF를 방영하였다. CF를 방영하면서 “CF출연자 맞추기”라는 제목으로 경품 이벤트를 신문에 개제하고 응모엽서를 통한 고객 기본정보를 취합했다. 그 후 경제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0~50대를 대상으로 경품과 함께 DM을 발송하여 Survey한 결과 추가 경품제안에 관심있는 DM수취인 중 70%가 설문에 응답하여 고객이 발송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DB분석 결과 30대가 가장 호주 방문에 큰 관심을 나타낸 반면, 50대 이후의 반응은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골프관광의 나라 호주라는 컨셉으로 전개하는 관광상품 Sales를 위한 주요 목표고객 층이 40~50대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주 관광청은 1차 조사에서 제외된 20~30대를 대상으로 호주방문에 대한 2차 서베이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20~30대 고객층에서 호주 방문에 대한 의지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하였다. 호주 관광청은 컨셉을 수정하여 “유학하기에 좋은 나라, 호주”로 20대를 주 목표고객으로 홍보물 DM을 발송하였고 30대 중반 이전의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정보를 보충하였다. 호주관광청의 사례에서 DB마케팅 방안과 함께 고객으로부터 수집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추가적인 정보를 어떠한 방법으로 획득하여야 하는 지 등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DB마케팅 구현 사례 (2) : SK 엔크린
가까운 주변에서 사례를 찾아보기로 하자. SK엔크린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을 다시 사로잡는 방안으로 DB마케팅을 이용하여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이전에는 SK엔크린 회원이면서 사용하지 않는 고객군을 대상으로 DM을 발송하는 등의 노력으로 비활성고객에서 활성고객으로 돌아오는 확률이 15%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 SK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짧은 반면 고객점수가 높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DM발송과 동시에 새로운 회원카드를 발송하는 노력으로 비활성고객에서 활성고객으로 돌아오는 확률을 25~38%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미국에서도 통상 고객의 DM 반응률은 1~2% 수준에 불과한 데 비해 DB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는 기업의 DM반응률은 평균 8~10%에 이른다. 이는 DM 발송 대상 고객의 수를 1/6 규모로 줄여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번 호에는 DB마케팅의 중요한 철학과 구현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필자는 CRM의 개념에서부터 Front-office CRM, Back-office CRM 등을 언급했었고 Front-office CRM의 중요성과 쉬운 구축사례, DB마케팅 개념과 사례를 정리하였다. 다음 호에서는 DB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진행절차와 중요한 항목들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 이영곤, "CRM 내것으로 만들기", SK Magazine, 200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