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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 내것으로 만들기 (1/6)

시칠리아노 2003. 12. 20. 08:13
CRM 내 것으로 만들기를 연재하게 된 배경
“CRM 내 것으로 만들기”라는 글을 연재하게 된 배경을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조선일보 모 기자가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회원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생일에 e-mail로 축하카드를 보내 주는 사이트는 거의 없었다”라고 CRM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실태를 비꼬아 언급한 바 있다. 필자의 직업 상 많은 기업들을 상담하고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데 최근 가장 많이 답변을 의뢰하는 내용이 CRM 구축관련 내용이다. CRM의 어떤 부분을 구축하고 싶은 지 혹은 CRM을 왜 구축하고자 하는가? 라는 필자의 질문에는 오히려 필자를 멍하게 바라보는 고객들이 많다. CRM이라고 말하면 다 알아들어야지 그게 무슨 질문이냐? 하는 그런 눈빛으로 말이다. 2000년 e-Business화두 중의 하나가 CRM이었으니 CRM 관련 책자나 기사를 많이 보아왔을 독자들을 볼 때 CRM을 정확히 이해하는 독자들이 많지 않거나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쉽게 풀어 쓴 CRM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으로 “CRM 내 것으로 만들기”를 연재하게 되었다.

CRM은 철학이다
JIT (Just-in-time)를 기억하는가? Right Product at the right time to the right place… 라는 표어로도 자주 표현되는 JIT는 생산현장에서 재고감축과 원가절감을 위해 도요타에서 80년대에 시작된 새로운 생산방식이다. Pull 방식이라고도 표현되는 JIT는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시기에 바로 이전 공정 혹은 창고에서 조달받을 수 있도록 모든 생산현장이 조율된 혁명적 방법이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JIT생산방식을 국내에 90년대 초에 도입하였고 JIT를 찬양하는 책자와 기사들이 넘쳐났으며 JIT생산방식을 배우기 위해 미국의 한 자동차 업계는 일본 공장 하나를 M&A 할 정도로 파격적인 방식이다. 국내에 JIT가 소개된 지 10년이 넘은 현재 일본은 JIT 생산방식으로 업무효율화가 극대화되었고 해외 Benchmarking 사례가 되었으나 국내에서 JIT에 대한 반감은 거대하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JIT를 도입하면서 하청업체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 조달할 것을 요구했고 많은 하청업체들은 제조업체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엄청난 재고를 안고 상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발간된 JIT를 소개하는 책자를 보면 JIT는 철학이다라고 소개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JIT 생산공정 변화 등은 책자의 일부분에 언급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은 JIT을 잘 운영하기 위한 생산자 교육방안, 품질관리 방법, 종업원 만족도 향상방안 등 생산 이외의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재고, 불량률 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수 많은 혁신방법이 결국 JIT를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JIT는 철학이다라고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JIT는 원론이고 이러한 원론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 많은 각론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JIT 구현에 성공하지 못하고 하청업체들의 반감을 사게 된 배경은 원론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과없이 수용한 결과 각론을 하청업체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 조달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지 방법론을 전수해 주지 않은 결과이다.

CRM 역시 철학이다. CRM의 Concept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CRM을 충족하기 위한 수 많은 각론 혹은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면 10년 뒤 우리는 CRM을 또 다시 해외 선진사례로 치부해 버릴 지도 모른다.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이며 고객관계관리라고 번역된다.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모든 방안이 다 CRM인 셈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뜻은 고객만족을 극대화하여 업무개선과 매출증대, 이익증대를 목표한다는 큰 의미이다.

필자는 도서대여점에서 소설책을 자주 빌려 보고 있으며 자주 보는 도서 종류와 저자가 일정한 편이다. 필자가 편애하는 저자가 신간을 발간하는 경우 도서대여점에서는 필자의 핸드폰으로 신간안내를 해 주고 아예 예약까지 대행을 해 놓는다. 그렇다고 이 도서대여점이 CRM System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필자의 거래이력을 기억하고 있다가 신간이 발간되면 필자를 떠 올리고 따로 전화를 해 주는 것이다. 독자들이 자주 가는 비디오대여점에서도 단골고객용 최신영화를 따로 빼 놓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이 도서대여점이나 비디오대여점 역시 CRM의 철학을 이해하고 실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CRM은 왜 이리 어려워졌나요?
CRM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진 배경에는 CRM을 철학이라고 이해하지 못하고 솔루션이라고 이해하는 편견때문이고 CRM을 설명하는 솔루션업체에게도 잘못이 크다고 감히 단언한다. 독자들은 CRM을 설명하는 많은 세미나를 통해서 CRM이 무엇인 지 소개를 들었을 것이다. 대부분 CRM 세미나에서 설명되는 CRM의 이해는 각 솔루션 업체들의 자사제품에 대한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CRM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라고 이해한다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e-mail을 통해서 혹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서 혹은 Call Center를 통해서, 혹은 고객 DB를 분석하여 고객이해를 통해서 또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DB를 통해서 등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갖가지 방법들이 솔루션으로 구현되어 있고 각 솔루션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을 CRM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전혀 틀린 설명은 아니다. 단지 각 솔루션들이 CRM을 위한 하나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e-mail을 통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e-mail 고객지원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고, Call Center를 통해서 또는 CTI를 통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솔루션은 Call Center, CTI 솔루션이고 이러한 e-mail을 이용하여 혹은 분석된 개인 DB에 기초하여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One-to-One 마케팅 솔루션이 된다. 결국 CRM이라는 철학을 위해 각론을 살펴보면 수 많은 솔루션들이 CRM을 지탱하는 방편들이 되는 셈이다. 많은 독자들이 CRM을 어려워 하는 배경에는 이와 같은 CRM의 가지들을 전체라고 오해하는 부분들이 태반이다.

CRM과 eCRM은 뭐가 다르죠?
CRM에 대한 큰 그림이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 어려워지는 또 다른 구분이 CRM과 eCRM이다. eCRM의 정의는 몇 개월 전의 정의와 지금의 정의가 달라져 있다. 2000년 상반기를 생각한다면 eCRM의 정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CRM 개념이 막 생성되던 시점의 기존 시스템은 웹환경이 아니었다. 따라서 상반기 언급된 eCRM의 개념은 단순히 기존 Legacy System에 준하는 CRM에 반대되는 웹환경으로 새롭게 준비된 CRM Solution을 eCRM이라고 정의했다. 2000년 하반기에 언급되는 eCRM은 조금은 다른 정의이다. 최근의 eCRM에 대한 정의는 오히려 Front-office CRM에 가깝다. Front-office CRM에 대한 설명은 다음 호에서 설명하겠지만, 간단하게 언급하면 고객기준으로 고객과 대면하게 되는 영역을 커버하는 솔루션이 Front-office 이고 고객과 비대면하게 되는 영역이 Back-end라고 보면 맞겠다. 즉, 고객접점이 형성되는 부분은 대부분 웹환경이기 때문에 eCRM이라고 새롭게 정의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상반기 정의와 하반기에 정의되는 eCRM은 다른 듯하면서도 결국은 같은 방향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다만 왜 그렇게 차별해서 부르는지 우선 이해하면 될 것같다.

다음 호에서는 Front-office (혹은 Front-end) CRM과 Back-end CRM의 정의와 차이점을 이해하고 그 사례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으로 하겠다.

* 이영곤, "CRM 내것으로 만들기", SK Magazine, 2001. 1
* 이 글은 SK그룹 임직원들에게 CRM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고한 글입니다.
* Concept이 정확하게 접근한 글들은 수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