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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송이순두부 [경상북도 / 경주시] 본문

맛집! 멋집!

정화송이순두부 [경상북도 / 경주시]

시칠리아노 2008. 12. 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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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 입구를 향해 운전하다 보면 순두부 식당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작은 공간을 맞이한다. 모든 식당이 TV출연과 원조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어 정작 어느 집이 원조이고 어느 집이 TV에 출연 한 바 있는 지 알 수 없다. 관광버스도 몇 대 주차되어 있고 주차장 곳곳에 주차를 유도하는 도우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동네의 순두부 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중 가장 인기 많아 보이는 순두부 백반 집이 하나 있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 있는 이 집은 “맷돌 순두부!” 입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사람들을 보니 이 집이 원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집의 맛이 제일임은 분명하다. 같이 간 동료에게 물으니 “맷돌 순두부”의 맛을 기억하고 있었고 가장 유명한 집이라고 전한다.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기에는 많은 시간을 허기로 참아 왔다. 두 번째로 좋아 보이는 식당을 찾기로 했다. 두 번째로 인기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은 나름의 Know-how가 필요하다. 첫 번째 기준은 주변 음식점과 맥을 같이 하는 가 이다. 순두부 집이 몰려 있는 이 곳에 김치째개 집을 열었다면 그 집의 맛은 대부분의 경우 경쟁력이 없다. 두 번째 기준은 서비스하는 음식이 전문화 되어 있는 가이다. 순두부 찌개를 팔면서 동시에 홍탁 삼합을 파는 집, 순두부 찌개와 함께 불고기를 파는 집은 나의 경우 반드시 열외이다. 가끔 그러한 식당의 음식에서 다른 이질적인 음식의 맛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이는 재료를 다듬는 칼이 여러 다른 재료를 다루었을 때 맛이 배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크게 기준을 벗어나지 않고 사람도 많은 그런 후보 몇을 찾았고 그 중 한 군데를 방문한다. 이 집의 이름은 "정화송이순두부."

순두부 백반과 두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순두부 백반을 주문하였다. 음식을 주문하는 동안 반찬이 먼저 상에 놓인다. 맛갈스러운 김치와 여러 반찬거리들이 식탁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반찬은 “겉절이” 라는 김치이다. 순두부가 준비되기 전에 김치를 하나 맛보니 … “어라? 이것 봐라?”

겉절이 김치의 맛이 아주 뛰어나다. 순두부가 필요 없이 맨 밥만을 제공해도 좋을 정도로 김치 맛이 훌륭하다. 하지만 경주의 맛이 아니다. 이 김치는 전라도의 맛이다. 겉절이 깊숙히 배어 있는 남도 특유의 냄새와 젓갈 등… 옆 묵은 김치를 맛보니 역시 남도의 맛이다. 그렇다면 이 집 주인이 남도에서 경주로 옮겨 와 가게를 열었거나 아니면 이 집에서 담근 김치가 아니라 배달 받은 김치이거나 혹은 주방의 각자에게 하나의 과제를 주고 알아서 마무리하게 하되 총체적인 지휘자가 없는 경우이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반찬을 모조리 맛보기 시작하니, 김치를 제외하고는 모든 반찬거리가 경주의 맛이다. 이런 경우 어떡해야 하나? 순두부 찌개가 나오기도 전에 반찬 평을 하고 있으니 순두부의 맛을 어찌 평해야 할까? 다 필요 없다. 모든 기준을 버리고 그냥 맛있기를 바랄 뿐이다. 반찬이 조화를 이루면 금상첨화지만 애초에 2등을 택하였으니 어쩌랴!

잠시 후 벌그레한 색깔의 순두부찌개가 자리를 잡는다. 평소에 자주 보았던 순두부와 큰 차이는 없다. 굳이 다른 차이라면 날계란이 별도로 서비스되어 각자 조리법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이다. 순두부 찌개의 맛을 얼큰하게 느끼고 싶다면 계란을 통째로 넣어 먹으면 얼큰한 찌개와 그 안에 익혀져 있는 계란 반숙을 먹게 된다. 반면 부드러운 순두부의 맛을 원한다면 계란을 깨어 넣고 젓가락으로 휘~ 저으면 계란은 온데 간데 없고 (마지막에 계란 노른자 반숙을 찾아 헤매게 된다^^;) 부드러운 순두부 찌개로 둔갑하게 된다. 찌개 맛을 보니 얼큰 그 자체이다. 앞서 맛을 본 김치와 잘 어울리는 찌개의 맛이다. 전체적인 반찬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금 부드럽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날계란을 깨어 휘 저어 넣는다. 잠시 후 맛을 보니 부드러움 순두부의 맛이면서 얼큰함도 배어 있는 속풀이에 그만 인 순두부 찌개이다. 적절히 얼큰한 찌개 국물 맛에 이어 순두부의 맛은 ….

부드럽다. 너무 부드럽다. 거친 맛이 전혀 없다. 이 순두부는 집에서 만든 맛이 배어 있지 않고 기계로 아주 깔끔하게 정제되어 나온 맛이다. 참! 오늘은 모든 기준을 버리고 그냥 맛 있게 먹자고 했었지? 음. 그럼… 뭐… 맛있다! 마구 마구 생각하지 않고 먹으니 참~ 맛있다.

순두부 찌개 하나를 주문하고 오늘은 요란을 떨었다. 맛있으면 된 거지. 이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느냐? 라고 내게 묻는 다면, “그렇다!” 이 집은 충분히 맛있는 순두부를 서비스 한다. 이 주변을 다시 “혼.자.서” 방문하게 된다면 다시 오겠는가? 라고 내게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다음 번에는 줄을 좀 더 서더라도 원조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 식당명 : 정화송이순두부
* 위치 : 경주시 북군동 (보문단지 입구)
* 전화번호 : 054-745-2313 / 0688
* 가격 : 7,000원 / 순두부찌개
* 사진은 맛의 진미, 요리 천국 에서 가져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