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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이 콩나물국밥 [충남 유성 / 한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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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이 콩나물국밥 [충남 유성 / 한식]

시칠리아노 2008. 6. 27. 22:42
유성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유성의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고픈 배를 우려 쥐고 포식을 다짐하며 주변의 식당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김밥과 우동집이 전부이다. 포식의 기대를 김밥 한 줄과 라면으로 채울 수는 없는 일. 서울과 유성만을 오가는 버스 터미널이라 터미널 근처면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터미널 골목을 따라 들어가 좀 더 깊은 탐험을 시작하나 그나마 가장 화려한(?) 집이 [얼큰이 콩나물 국밥]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곳이 최적의 대안이다.

메뉴는 단촐하게 콩나물국밥/두부 두루치기/수육 이렇게 딱 3가지다. 이 근처에서 가장 화려한 집 치고는 메뉴가 단촐하다는 질문에 "자신있는 것으로만 승부하겠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옆 테이블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빈 접시를 보고 수육 한 접시와 콩나물 국밥을 주문하였다. 잠시 후 양은남비에 담겨 나오는 콩나물 국밥은 서울에서 자주 보아 오던 콩나물 국밥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치국 처럼 보이는 맑은 국물에 콩나물이 담겨 있는 어찌 보면 콩나물국에 고추가루를 뿌린 후 밥을 말아 놓았다고 하면 표현이 적확하지 않을 까 싶다.

디카를 휴대하지 않아 자세한 모습을 설명하기 어렵지만 스스로 상상해 보면 가늠이 될 듯하다.

여기서 잠깐!

콩나물국밥의 두 가지 버젼에 대하여 설명하련다.

서울에서 자주 먹어온 콩나물국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묵직함과 든든함이다. 갖은 양념을 더하고 굴을 더한 후 팔팔 끓여 뜨거운 뚝배기에 담겨져 나오는, 그래서 입천장 데기 딱 좋아 덜어 먹는 작은 앞접시가 함께 하는 콩나물 국밥이 한가지요,

지금 점심을 먹고 있는 [얼큰이 콩나물국밥]처럼 삶은 콩나물을 넣고 국물로 말아낸 후 달걀 반숙과 김가루, 새우젖을 더하는 버젼이 다른 한 가지이다. 이 집의 콩나물국밥은 뜨거운 것 싫어하는 내게는 딱이다.

김치찌게 먹듯 한 수저를 입에 무니 콩나물의 비릿함보다 매콤달콤함의 국물맛이 일품이다. 에전 고향에서 대충 밥 먹을 때 만들어 먹던 바로 그 콩나물국밥의 맛이다. 한 마디로 시원하고 달콤하다. 콩나물의 비릿함이 없는 데에는 잘 다듬어진 콩나물이 한 몫을 한다.  크지 않고 잔 뿌리가 없어 한 수저 가득 올려도 밥과 콩나물이 적절한 배합으로 딸려 온다.

함께 한 수육은 콩나물국밥보다는 한 수 떨어진다. 고기의 맛은 훌륭하나 아무래도 전문보쌈집에 비하면 고기의 썰어내는 정갈함이나 밑반찬의 맛이 부족하니 굳이 여기에서 더 음식평을 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 집 콩나물국밥의 맛이라면 다음에 방문할 때는 두부 두루치기도 맛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식당명 : 얼큰이 콩나물국밥
* 위치 : 충남 유성 장대중학교 앞 (버스터미널 골목 50M)
* 전화번호 : 042-822-1151
* 가격 : 4,000원 (콩나물국밥) / 12,000원 (수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