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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에디톨로지

시칠리아노 2015. 2. 9. 14:06

* 제목 : 에디톨로지 - 창조는 편집이다
* 출판사 : 21세기북스
* 저자 : 김정운
* 독서기간 : 2015년 2월 6~9일 
* 초판 연월일 : 2014년 10월 24일 

* 감상

저자가 2006년 와세다 대학의 객원 연구원으로 지낼 때부터 생각한 주제를 이제서야 책으로 엮어내었다. 저자의 여러 저서 중 '가장 진지하게 몰입한 책'이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책을 쓰면서 느낀 기쁨을 독자와 나누고 싶다는, '그만큼 정성 들여 쓴 책'이라 여러 번 저자는 강조한다.

에디톨로지는 저자의 신조어다. 굳이 번역하면 편집학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인문학도에게는 익숙한 개념이다. 해석학이나 기호학이나 혹은 문학이론 등에서 한 번쯤은 듣고 넘겼던 개념이다. 그렇다고해서 편집이 익숙한 것은 아니다. ‘낯설게하기가 문학’임을 이해한다고해서 시나 소설을 쉽게 내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가치는 편집의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으로 풀어냄에 있다.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렇듯하게 짜집기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편집의 단위’ ‘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에 관한 설명이다. (p.7)

저자는 구체적인 편집의 사례와 방법을 세 개의 큰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2)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3)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가 그것이다. 각 장은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첫 장에서는 에디톨로지의 개념과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주변의 쉬운 사례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아하!’를 외칠때 쯤 두번 째 장으로 이동한다. 공간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이 장이 쉽지는 않다. 관점을 바꾸는 것이 세상을 어찌 변화시키는 지 살펴본다. 셋 째 장은 난해하다. 저자의 전공인 심리학에 기반한 내용이라 세밀하다. 그렇다고 저자 특유의 재미와 글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 이 부분은 전형적인 교수의 문체로 한번 써봤다. 나도 가끔은 이렇게 쓰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쉽고 재미있게 쓰면 사람을 아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거 아니다. (p. 271)

저자는 글발과 말발이 동시에 주어진 축복받은 사람이다. 더우기 저자의 많은 사례는 독일 유학 경험에 기초한다. 흔한 미국 사례, 일본 사례가 아니라 무엇을 들어도 새롭다. 한편 저자는 일본화를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은 저자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없었다면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많은 편집의 사례와 방법이 우리에게 그토록 새로운 이유이다. 

재미와 창조는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라고 주장하는 저자가 자신있게 권하는 책이다. 이 책은 즐거운 창조와 구체적 방법론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내 가까운 지인들이 모두 필독하기를 권한다.

* 저자소개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 여기는 ‘휴테크’ 전도사이며, 유쾌한 입담과 재치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활기 넘치는 지식인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일본 나라현립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지내며 일본 교토사가예술단기대학 미술학부에서 일본화를 배우고 있다. 저서로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남자의 물건』등이 있다. 

* 책소개

유쾌한 인문학으로 돌아온 김정운의 신작. 창조란 별 다른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것도 아니다. 창조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의 결과물이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는 뜻이다. 그 편집의 과정에 저자는 주목했다. 그리고 편집의 구체적 방법론을 이렇게 명명했다. 에디톨로지(Editology)!

아는 것이 힘인 시대는 지났다. ‘정보의 바다’에서 초딩 ‘지식인’들이 헤엄치는 세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줄 알아야 한다. 바로 ‘지식 편집’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에디톨로지는 이렇듯 편집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론이다.